마법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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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1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7시
24·25일 오후 3시·7시30분(월 쉼)
문의 02-399-1114~6

“무지개 너머 어딘가 자장가에서 들어본 곳, 꿈꾸던 일이 이뤄지는 곳, 별에게 소원을 빌면 언젠가, 걱정이 레몬 사탕처럼 녹아내리고 저 멀리 구름 속에서 잠을 깰 거야.” 원작 동화와 영화는 물론 노래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로 유명한 뮤지컬이 국내 초연된다.

온통 회색빛인 삭막한 캔자스 마을의 소녀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환상적인 꽃과 나무, 집들이 있고 신기한 사람들이 사는 마술나라 ‘오즈’에 도착한다. 동쪽나라 마녀의 빨간 구두를 얻은 도로시는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두뇌를 가지고 싶은 허수아비, 심장이 필요한 양철맨, 겁이 많아서 비웃음당하는 사자와 함께 노란 벽돌길을 따라 에메랄드 시로 모험을 떠나 서쪽나라 마녀를 무찌른다. 그러면서 뇌가 없는 허수아비가 누구보다 훌륭한 지혜를 짜내고, 심장이 없는 양철맨이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녔고, 그토록 겁 많던 사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190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오즈의 마법사』 원작은 단순한 아동물이라기엔 상당히 의미심장한 정치적 알레고리도 담고 있다. 회오리바람(엉망인 정치) 때문에 길을 잃은 도로시와 허수아비(농민), 양철맨(노동자), 소리만 요란한 사자(개혁가)가 동쪽 마녀(동부의 금융자본가)와 서쪽 마녀(서부의 철도산업가)를 물리치고 오즈 나라를 구하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시와 친구들의 소원을 들어주리라 믿고 찾아간 강력한 마법사(당시 미 대통령)가 실은 종이로 만든 세트 뒤에 숨어 있던 힘 없는 조그만 영감이었으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자기 곁에서, 각자의 의지로 찾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속 깊은 교훈도 내세우지만, 이번에 공연되는 ‘오즈의 마법사’는 무엇보다 환상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무대가 볼 만한 뮤지컬이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도로시와 토토가 오즈 나라로 떠나면서 캔자스 마을 사람들이 오즈 나라 사람들로 변신하는 장면, 핑크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마법사, 화려한 궁전, 동물과 식물을 의인화한 흥미로운 의상과 분장 등이 볼거리다.

지난해 뮤지컬 ‘애니’로 사랑받은 아역배우 박도연, 묵직한 바리톤 음색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송용태, 국내 최초 강아지 오디션을 통해 뽑힌 요크셔테리어 ‘토토즈’를 비롯한 캐스팅도 기대된다. 강아지의 실제 주인은 방송인이기도 한 재미교포 ‘도로시 남’씨로, ’오즈의 마법사’를 너무나 좋아해 자신의 이름과 애견 이름 모두 주인공들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고 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그 명성에 걸맞게 이런저런 짓궂은 패러디물도 많이 창작돼 왔는데, 그 가운데 작품성을 입증받은 소설 『위키드』가 국내에도 번역되었고 그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내년에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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