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학생운동권 - 황장엽 망명사건으로 입지 좁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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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학기에 보자”며 벼르던 학생운동권이 잠잠하다.

노동계 총파업과 한보비리등으로 시끄러울 것이라던 학생운동권이 막상 개학했지만 내분에 휩싸여 전열도 갖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임시의장 姜渭元 전남대총학생회장)는 14일부터 3일동안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어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4일로 미뤘다.2년째 전남대총학생회장이 한총련 의장을 맡는 쪽으로 이야기가 흐르자 일부 소속학교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총련 소속 전북총련은“지도부가 민주적으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 학교들과 연대해 한총련 안에 반대세력을 만들 것”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한총련 내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현재의 학생운동 방향을 놓고 학생들이 사분오열해 있다는데 있다.

광주지검 이준보(李俊甫) 공안부장은“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 망명사건등으로 민족민주계열(NL) 운동권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지만 한총련 배후세력이 전남대의 姜씨를 의장으로 내세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또 전남대와 조선대의 극소수 운동권학생들은“학생회측이 대중성을 의식해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구실로 제대로 투쟁에 앞장서지 못하고 있다”며 투쟁방향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광주=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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