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愛民정신으로 사회 내부 변화 끌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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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 지도부가 소외계층 대책을 바쁘게 내놓고 있다. 농촌의 세금감면 혜택, 사회복지 증진, 의료보험 확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칭화(淸華)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의 대니얼 벨(사진) 교수는 중국의 각종 현안을 경제수단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는 문제의 본질이 법률 제도의 부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유층이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도덕적 동기’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벨 교수는 “요즘 중국에도 좋은 법이 이미 많이 제정돼 있다. 문제는 그런 법들이 실제로 소외계층을 위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진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위정자들이 어떻게 하면 소외계층을 돌보도록 동기를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지만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의 비공개 회의에도 참석하고 중국 정부에 직접 조언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정부 관리는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정치적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벨 교수는 미국과 중국 모두 지니계수가 위험수치인 0.4를 초과하는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중국을 제도·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미국과 비교하는 데는 반대한다. 오히려 유교문화의 토양 아래 중국보다 먼저 경제발전을 이룬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라고 말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대만·싱가포르 등은 현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과를 거두었다. 두 가지를 다 잡았기 때문에 세계은행은 이것을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칭했다. 그런데 중국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화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공평해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벨 교수는 일부 해외 언론이 예견하듯 빈부격차 문제가 머지않아 공산당 집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사회 불만세력들이 단결해 공산당에 근본적 위협을 가하는 일은 이른 시일 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중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권위적 제재 때문이고, 또 하나는 불만계층마다 원하는 관심사와 이익상관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벨 교수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는 “근본적 해결책은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정치 문제에 대한 외과적 수술 외에 지도층이 진심으로 애민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도덕적 동기부여’를 창조해 내과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학 연구학자답게 도덕적 동기를 몇 차례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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