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쇠고기값 왜 안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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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노원구상계동에 살고 있는 김진화(38)씨는 요즘 동네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사먹으면서 은근히'성질'이 난다.

시골에 남아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부친은 만날때마다 올들어 소값이 너무 많이 떨어져 남는게 없다며 한숨 짓고 있는데 정육점에서는 쇠고기 값이“아주 약간” 내렸기 때문이다.혹시나 정육점주인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향인 경주에 살고 있는 부친 얘기는 지난해 2월 한우값(5백㎏ 수소기준)이 3백20만원까지 했는데 지금은 2백50만원으로 21.9%나 떨어졌다는 것이다.그런데 동네 정육점의 쇠고기값(등심 5백기준)은 10.2%밖에 내리지 않은 것이다.

김씨는 마침 동대문구휘경동에서 정육점을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어 다짜고짜“쇠고기값은 왜 소값 떨어진만큼 내리지 않느냐”고 따졌다.그랬더니“정육점하는 사람들도 애로사항이 없는게 아니다”는 해명이었다.

정육점 친구 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산지(産地)에서 3백20만원주고 한우 한마리를 구입,도축장에 의뢰,잡아와 안심.등심.양지.내장.사골등 부위별로 나눠 팔아 4백14만원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94만원이 덧붙여진 셈인데 이중 23만원은 도축비(운반비 포함)로,26만5천원은 점포관리유지비(임대료.전기수도료.세금등)로 지출돼 순익이 44만5천원정도 됐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2백50만원 주고 소한마리 잡아오면 매출이 3백

71만원정로 1백21만원이 남는다.이중 도축비 23만원(지난해와 동일)과 점포관리유지비 29만원(전년동기비 9.4%상승)을 빼면 69만원이 순익으로 남는다.작년 2월보다 마리당 순익이 55%(24만5천원)나 늘어난 셈이다.

그래서 친구에게'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얘기를 더 들어보라면서 지난해는 한달 5마리정도가 팔렸으나 지금은 3마리정도밖에 안팔린다는 것이었다.다시말해 지난해는 한달에 2백22만5천원(마리당 순익 44만5천원×5마리)정도 됐으나 지금은 2백7만원(마리당 순익 69만원×3마리)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불경기로 수입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사먹는 사람들이 늘어나 한우소비가 그만큼 줄어들어 마진을 많이 붙여도 총수입이 줄어 정육점 운영하기도 쉽지않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불경기라서 한우쇠고기 소비가 줄어드니까 정육점은 채산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소값 내린만큼 쇠고기값을 내리지않아'산지소값 따로,쇠고기값 따로'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기원 기자〉

<사진설명>

산지 소값의 대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정육점의 쇠고기값은 지난해 8월

수준을 그대로 유지해'소값 따로 고기값 따로'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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