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금지 옐로카드제- 2軍사령부 '때리면 교도소' 소지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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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때리면 교도소 간다.'

사단 부대 金이병은 요즘 시간만 나면 병영수첩을 열어 노란색 카드를 들여다본다.2군사령부가 소속 전 부대의 지휘관과 사병에게 지난 1일 나누어준'우리의 결의' 카드다.

金이병이 받은 명함 크기의 일반사병용 카드에는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때리면 교도소 간다'고 큼지막하게 쓰여있다.'교도소'라는 세 글자는 빨간색으로 더욱 선명하다.

소대장.중대장등 지휘관들은“때리면 파면”이라고 쓰인 카드를 한장 더 받아 두장을 가지고 다닌다.카드는 의무적으로 가지고 다녀야 하며 수시로 소지품검사를 해 카드를 지니고 다니지 않는 것이 밝혀지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金이병은 처음에는 이 카드의 위력을 믿지 못했다.군사령부가 하급자를 때리거나 가혹행위를 하면 즉시 파면하고 군법에 회부해 구속수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늘 하는 소리로만 여겼다.

그러나 지난 3일 부대에서 열린 구타근절결의대회에서 부대장이“이번에는 분명히 하급자를 때리거나 가혹행위를 하는 상급자를 뿌리뽑겠다.

모든 군인은 계급은 있지만 평등한 관계다”고 하는 말이 평소와 달리 단호했다.상급자들의 태도도 며칠새 부쩍 달라졌다.

“군인의 생명은 기강인데 앞으로 졸병 관리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수근대고는 있지만 수뇌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시범케이스'가 될까봐 조심하는 모습이다.

긴장하는 것은 金이병도 마찬가지.구타를 철저히 단속하는 만큼 하급자가 규율을 어기거나 특히 상급자의 명령을 어기는 것도 엄히 다스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하지만 부대의 가장 막내로 여러 고참들과 함께 생활하는 金이병 입장에서 이 노란색 카드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든든한 보호자다. 〈광주=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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