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유언장 '분재기'등 고문서 8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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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상춘곡(賞春曲)'의 작자인 정극인(丁克仁)의 외손부 정(鄭)씨가 자녀들에게 재산에 대한 분배 방법을 남기기 위해 작성한 현대판 유언장인 분재기(分財記.사진)등 문화재급 고문서 8점이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인 최현식(崔玄植.67.정읍문화원장)씨가 최근 동학혁명등의 자료조사를 하다 도강(道康)金씨의 19대 후손인 김정기(金湞基.65.정읍시칠보면시산리)씨가 소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고문서는 분재기를 비롯,당시 조정

으로부터 받은 교지(敎旨)3점과 교첩(敎牒)4점등이다.

분재기는 1524년(중종 19년) 10월15일에 쓰여진 것이다.가로 1백7㎝.세로 77㎝의 한지에 한자 9백40자로 작성자인 鄭씨와 증인 2명,대필자 4인의 이름을 쓰고 요즈음 서명격인 수결까지 했다.

분재기에서 鄭씨는“여자의 몸으로 병중이어서 생사를 알지 못하므로 자녀들에게 노비와 전답을 분배한다”며“만약 자손중에 후사가 없으면 그 재산을 타인에게 주지 말고 중손에게 주어야 한다”고 기록했다.

鄭씨는 또“재산으로 다툼이 일어나면 불효이므로 불효가 누구에게 있는지 관청에 고발하여 시비를 가리라”고 지시하고“혼자가 된 장녀도 양자를 들이면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분배하라”고 썼다.

鄭씨는 특히 2남3녀의 자녀들에게 재산분배 방법으로 당시 사회 통념상 장자 상속이 원칙이던 것을 깨고 차남에게도 노비 19구(口)와 답 2결53부,전 1결14부등을 분배하라고 유언했다.

고문서 발견자인 崔씨는“남성이 아닌 여성 주도의 분재로 차남과 출가외인으로 취급받던 장녀에게도 재산을 물려줬던 점이 이번 분재기에서 주목돼 연구가치가 되며 교지와 교첩은 5대의 1백20년을 걸쳐 벌어졌던 당시 사회생활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밝혔다.

<정읍=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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