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22번 염색체 완전 해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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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22번 염색체가 처음으로 완전 해독됐다. 침팬지의 22번 염색체를 같은 기능을 하는 인간의 21번 염색체와 비교한 결과 인간과 침팬지만이 갖고 있는 특이 유전자가 대거 발견됐다.

이로써 인간과 침팬지가 유전적으로는 1.3%밖에 차이 나지 않으면서도 지적 수준, 감성 등에서는 현저하게 차이 나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게 됐다. 특히 인간과 침팬지 염색체의 상호 비교를 통해 다운증후군.알츠하이머.백혈병 등 인간의 21번 염색체 이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신약 개발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팀이 포함된 5개국(한국.일본.중국.독일.대만) 국제 컨소시엄의 공동 연구로 밝혀졌으며,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27일자에 게재됐다.

2002년 국제 컨소시엄은 침팬지의 지놈 지도를 처음 완성하고 인간과 98.7%가 동일하다는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었다. 이후 침팬지 22번 염색체의 DNA 염기서열 분석에 나서 이미 염기서열이 밝혀진 인간의 21번 염색체와 비교 분석한 결과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침팬지 22번 염색체의 3200만개 염기서열을 완전 해독한 결과 인간의 21번 염색체와 0.2%(6만8000여개)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22번 염색체에 들어있는 231개의 유전자 가운데 인간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유전자는 17%(39개)에 불과했다. 침팬지 또는 인간에게만 특이하게 존재하는 유전자도 9개에 달했다.

朴박사는 "염기서열 전체에서 1%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유전자가 아닌 불필요한 부분에서 같다는 의미"라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그만 차이가 침팬지와 인간을 구분하는 경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염색체.염기서열.DNA.유전자.지놈=이중나선인 DNA가 여러가지 세포 내 단백질에 쌓여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할 정도로 응축된 상태가 염색체다. DNA는 ATGC 네가지 염기로 이뤄져 이들의 나열순서(염기서열)에 따라 각기 다른 유전 정보를 가질 수 있다. DNA 내에는 생명 현상을 나타내는 단백질의 설계도 정보가 존재하는데, 이를 유전자라고 부른다. 지놈은 이들 유전자의 총집합을 의미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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