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총리 뒤엔 부친 가르침 있었다-91세 고형곤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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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건(高建)신임국무총리의 엄격한 자기관리에는 부친

고형곤(高亨坤.91.전북대총장역임.사진)옹의 가르침이 뒷받침됐다.

高옹은 61년 고시 행정과에 합격해 사무관으로 나서는 아들에게 공직자세의 세가지 원칙을 엄명했다.“남의 돈을 받지 말고,술 잘 마신다는 소문을 내지 말며,누구의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말게 하라”는 것.

애주가인 高총리는 평소“술에 관한 항목을 제외한다면 아버지의 말씀을 충실히 지켜왔다”고 말했다.

高옹은 87년 6월항쟁 당시 아들이 강경진압론에 밀릴 때도“소신을 갖고 일을 처리하라”고 조언했다.

또 高총리가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청와대까지 동원해 신청한 90년 수서지구의 택지공급 특혜분양 허가를 반대하다가 서울시장직을 물러날 때도 부친은“당연히 할바를 했으니 때를 기다리라”고 말해 힘이 되었다.

“아들이 1주일에 한번은 꼭 문안인사를 오는 효자”라고 말한 高옹은 高총리가 지난 3일 집을 찾았을 때“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고 일러 총리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高옹은 90세를 넘긴 요즘도 매일 오전4시30분부터 2시간동안 부인 장정자(張貞子.83)씨와 함께 지내는 안양 아파트 뒷산에 올라 참선에 정진하며 지난해 11월 펴낸 선(禪)해설서인'선의 세계'증보판을 준비하는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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