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공조에 JP 묶어두기 포석-김대중 총재 "15대국회 내각제 가능"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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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내각제 개헌쪽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그는 4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청 강연에서“정권교체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에 내각제를 고려할 수 있다”며 15대 국회 임기중에도 내각제 개헌을 할 수 있다

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내각제 개헌을 정권교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규정한 점은 그동안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그러나 이번 발언은'15대 국회 임기중 개헌 불가론'이란 지금까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金총재는 4.11총선 직후인 지난해 5월 경기대 강연에서“15대 총선에서 대통령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당이 80%이상을 점유했으므로 15대 국회는 내각제 개헌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뒤 이를 지켜왔다.이날 발언엔 이 부분이 빠졌다.

국민회의의 공식 반응은“15대 이전 내각제 수용이 아니다”는 것이지만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문 실정이다.물론 金총재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15대 임기중 내각제 개헌'을 내걸 것인지 전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치권은 金총재의 이날 발언을 적당한 시기에 띄운 정치적 애드벌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올 12월의 대통령선거이후 2000년 4월의 16대 총선이전,개헌에 찬성할 수도 있다는 조건부 수용론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金총재가 왜 현 시점에서 이처럼 해석하기 모호한'내각제 조기 개헌 가능성'을 들고 나왔을까.

여야 정치권은 무엇보다 JP 묶어두기가 첫째 목적이라고 한결같이 해석하고 있다.최근 정세는 조기 개헌 가능성을 부각시켜 당내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김종필(金鍾泌)총재에게 선물이 필요했다.

김종필총재는 최근 여권을 은근히 노크하며 야권 공조에서 발을 빼려는듯한 제스처를 보여왔으며 한편으론 연내 개헌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金총재는 정국 이슈를 선점할 필요성도 감안한 것같다.국민회의는 신한국당이 이달부터 당내 대통령

경선의 절차와 다양한 합종연횡 가능성등으로 정국의 화제를 독점해갈 것에 대응해 고심해왔다.바로 이점 때문에 개헌카드로 정국의 이슈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히고 있다.

여권내 개헌론자들에게 던진 메시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金총재 발언이 있은 직후 한 참모는 4일“총재가 지난해 11월중순 신한국당 김윤환(金潤煥)고문과도 회동한 사실이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DJP공조에 의한 호남.충청 연합에,정권 참여를 노리는 대구.경북세를 엮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는 얘기다.설령 별무반응이라 하더라도 손해는 없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金총재의 4일 발언은 개헌 시기와 절차에 신축성을 부여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권창출에 동참자를 구하려는 공개적 연문(戀文)으로 해석된다. <김현종 기자>

<사진설명>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4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청 강연에 참석,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총재는 강연에서 15대 국회 임기내 내각제 개헌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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