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잠 깨어난 일본] 3. 창업 65년 부품 업체 끝없는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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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부품 업체 시스테크 아카자와의 직원이 자체 개발한 로봇의 축구 동작을 테스트하고 있다.

오사카의 기계부품 업체 시스테크 아카자와는 일본 산업의 변천사 그 자체다. 특유의 기술력과 돌파력으로 10년 주기로 주력 제품을 변화시켰다.

1939년 창업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철도차량 부품 제작으로 시작했다. 조선과 건설 중장비용 부품을 거쳐 50년대 중반 원자력발전 설비를 만들면서 매출 1억엔대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에 닦은 철도차량 부품 기술은 70년대 신칸센 납품으로 연결됐다. 80년대 항공기 부품을 본격 생산하면서 매출도 급신장, 90년에 6억엔을 돌파했다. 전체 종업원이 25명이니 1인당 평균 매출액이 2440만엔에 이르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시스테크의 매출도 하락했다. 아카즈카 요헤이(60)사장은 대기업의 하청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80년대 초반 이후 20년 동안 주력해 온 항공기 부품마저 9.11 테러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이라크 전쟁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에 손을 댔고 매출을 4억5000만엔대로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오사카시가 관심을 갖는 차세대 로봇 부품을 취급해 100대분을 납품했다. 공업용 내시(內視)카메라도 만든다.

아카즈카 사장은 부친과 형에 이어 91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92년부터 매출이 급감해 적자를 내고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다 형과 가업을 돕기 위해 기계과로 전공을 바꾼 그는 졸업논문 대신 금속 표면을 정밀하게 갈고 닦는 기계를 만들어 통과될 정도로 공작기계에 애착을 갖고 있다.

"2.5%였던 차입금 금리가 89년 갑자기 8%로 뛰었다. 그게 바로 거품 붕괴의 신호였는데 그땐 깨닫지 못했다. 요즘 중국 특수 때문에 매출이 늘었지만, 그 중국 때문에 원자재(철강) 값이 올랐는데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이익이 크지 않다."

95년 이미지 변신을 위해 회사 이름을 아카자와 철강소에서 시스테크 아카자와로 바꾸고, 이듬해 3차원 자동 레이아웃 시스템으로 오사카시 벤처 대상(大賞)을 받은 아카즈카 사장도 고민이 있다. 그 전보다 중소기업 하기가 어렵고, 회사를 전문 스키어인 외아들에게 물려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종업원에게 '앞으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10년으로 삼자'고 했다. 그 뒤 종업원 중 한 사람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양재찬.신혜경 전문기자, 이종태.김광기 기자, 김현기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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