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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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는 너희들이 2차 나가지 않기로 한 것처럼 본드나 부탄가스,마약 같은 것은 하지 않기로 했어.담배를 피우다 보면 그쪽으로 쏠릴 위험이 있어서 담배도 우리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은 피우지 않아.술은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고.아무튼

마약이나 술 기운을 빌려서 정신이 흐린 가운데 일을 저지르지는 않기로 했지.일을 저지르더라도 냉철한 정신으로 사리분별을 해가며 저지르기로 했지.”

“무슨 일을 저지른다는 거야?”

“앞으로 계획이 많아.기성세대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우리 사회를 충격적으로 개혁하는 거지.문민정부 들어서 개혁이다 뭐다 하고 떠들었지만,자기들이 감옥에 처넣은 전직 대통령들과 뭐 다를 게 있느냐 말이야.나라 경제와 장래를 놓고 볼

때는 더 병신 같은 짓만 골라서 하고 있잖아.개혁에는 반드시 충격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초기에는 충격을 주는 것 같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지.우리 사회는 그보다 몇십배,몇백배 더 큰 충격이 있어야 겨우 정신들을 차리게 될

거야.너희가 단란주점,룸살롱 어쩌고 했는데 거기도 우리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흥!지존파,막가파 같은 소리 하고 있네.너희들이 뭐,의적 일지매나 임꺽정이나 되는 줄 알아?”

“적어도 전봉준이다!너희들 사교계 우리가 건드리기 전에 빨리 한밑천 잡고 나올 궁리나 해.근데 참,너희들 소개는 아직 하지 않았잖아.로즈버드,사교계,어쩌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니키 마우마우단원들과 로즈버드단원들이 어지럽게 말을 주고받다가 덩치 큰 여자애를 시작으로 로즈버드단원들의 소개가 있었다.

“난 옥이라고 해.우리는 성과 이름 한 자는 생략해서 불러.”

“난 숙이라고 해.”

“난 희라고 해.”

“난 자라고 해.”

“난 혜라고 해.”

“옥.숙.희.자.혜.외우기도 좋다.우린 이름 석 자를 다 소개했는데 이거 손해본 거 같은데.”

용태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앞으로 너희들 우리한테 계속 당할 거야.호호호.”

로즈버드단의 우두머리인 옥이 자신만만하게 웃어젖혔다.

“아무튼 이렇게 두 단원들이 만나게 되어 반갑다.우리 니키 마우마우단은 이 동네 서쪽 구역을 맡을 테니까 너희 로즈버드단은 여기 동쪽 구역을 맡으란 말이야.다른 패거리들이 들어온 낌새가 보이면 즉각 공동작전을 펴는 거야,알았지?”

기달이 로즈버드단원들을 둘러보며 다짐을 받아내려 하자 로즈버드단원들이 생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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