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촬영·녹음' 방송 제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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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방송위원회는 지난 3월 KBS.MBC.SBS 방송 3사 메인 뉴스와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집중 분석했다. 이를 통해 "상당수 범죄 관련 보도가 선정적.흥미 위주로 다뤄질 뿐 아니라 모방 범죄도 우려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포츠 중계하듯이 폭력 장면을 내보내는가 하면, 범죄 수법을 '친절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인권 보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실종된 어린이의 동생과 인터뷰해 언니에 대한 상실감을 되새기게 하고, 입원 중인 어린이를 촬영하면서 죽은 누나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가족 동반 자살' 보도에선 아이의 얼굴을 천으로 덮는 등 죽음을 상징하는 장면을 재연으로 꾸몄다.

그러나 앞으로는 방송사들의 이런 행위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전망이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사들의 인권 침해를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 시안을 마련, 최근 공청회를 열었다. 이 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공개된 개정시안은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고 촬영을 통한 인권침해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범죄 재연 프로그램의 어린이 출연을 금지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성폭력.유희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본인 몰래 녹음 또는 촬영을 해 방송하는 것을 금지한 '사생활 보호' 조항에서 '흥미를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보도.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이른바 '몰래 카메라'에 의한 인권침해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신적.신체적 장애인에 대한 조롱금지조항에서도 '장애인'을 '차이'로 바꿔 일반인의 외모에 대한 조롱.차별도 엄격히 금지키로 했다.

개정시안은 이 밖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살인.자살 등의 묘사를 금지하고 오락프로그램에서 간혹 보이는 연예인에 대한 가학적인 게임도 제한토록 했다. 범죄 관련 보도에서 실제 폭력장면이 묘사된 자료화면 사용을 규제하는 조항도 명문화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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