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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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용태와 우풍은 다방 건물 이층 화장실에 열쇠를 꽂아둔 채 길거리로 나와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길을 빙 둘러 비트로 돌아왔다.우풍으로부터 준우 이야기를 들은 단원들은 머리를 갸우뚱하기도 하고 완전범죄에 대한 기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단원들은 지하방에 자물쇠 장치를 하고 나서 옥정을 끌고 내려가 가두었다.옥정이 비명을 지를 지도 모르니 입을 테이프로 감아두자는 말도 있었으나 옥정이 절대로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고 비는 바람에 단단히 주의를 주는 것으로 그쳤다.

“방석집 계집애들 지금쯤 깨어났을까? 다시 한번 가보자.이번에는 대명이 너도 따라와.옥정이를 가둬놓았으니.”

기달이 단원들을 데리고 이전 방석집으로 가면서 용태와 우풍에게 나직이 말했다.

“너희들은 당분간 저쪽 동네로 가지 마.고물장수가 자주 들락거릴 텐데 너희들 얼굴을 알 거 아냐?”

“고물장수가 허튼 수작 하면 이번엔 찍소리도 못하게 반쯤 죽여놓지 뭐.”

“그래도 조심해.”

“알았어.”

이전 방석집 반지하방으로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들어서니 여자애들이 한 명만 빼고 일어나 앉아 머리를 빗기도 하고,손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하기도 하고,부르스타에 찌개같은 것을 끓이기도 하였다.본드 냄새 속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었다.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클럽을 이룰 때 용모에 대한 기준 같은 것을 세웠는지 모두들 몸매가 제법 늘씬하고 얼굴이 반반한 편이었다.

방 청소도 어느 정도 했는지 본드를 짜넣었던 비닐팩도 보이지 않고,부르스타에서 끓고 있는 찌개 냄새로 인하여 본드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있었다.

“야,너희들 어디서 굴러먹다가 왔어? 여긴 우리 구역이란 말이야.허락도 없이 이렇게 살림을 차려도 되는 거야?”

기달이 위엄을 세우느라 애쓰며 여자애들을 둘러보았다.다른 단원들은 야구 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손에 악력을 더하면서 기달을 따라 눈들을 부라렸다.

“씨팔,무슨 룸살롱이나 나이트 클럽 같은 게 있어야 구역 찾고 뭐 찾고 하지,여긴 보다시피 다 허물어진 폐허잖아.우리가 너희들한테 뭐 폐 끼친 거 있어?”

여자애들 중에서 덩치가 제일 크게 보이는 애가 발딱 일어나더니 두 손을 허리에 갖다대고 기달을 마주 대하고 서서 기세를 부렸다.

“폐 끼친 게 없다? 지금 너희들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뺏기고 있는데 폐 끼친 게 없다구? 우리 이래봬도 아주 바쁜 몸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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