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禁忌 깨고 정치개혁 꺼내-덩샤오핑 추도사에 나타난 장쩌민 중국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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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쩌민(江澤民)주석이 25일 덩샤오핑(鄧小平)추도대회에서 낭독한 추도사는 단순한 조문(弔文)이 아니다.鄧사후 중국정국을 이끌어갈 江주석의 구상이 추도사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10년만에 첫 언급된'정치개혁'에 관한 발언은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25일 추도사의 주요내용을 정리해 본다.

◇정치개혁=“정치체제의 개혁을 깊이 있게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江주석의 정치개혁 발언은 江주석 집권후 처음으로 나온 말로 홍콩신문들의 1면 톱을 장식했다.지난 87년 당대회에서 자오쯔양(趙紫陽)총서기가 이와 유사한 말을 했으나 이

후 후야오방(胡耀邦).자오쯔양의 잇따른 실각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개혁이란 단어는 실종됐었다.

좁게는 경직된 관료체제 개혁이나 부패척결 운동,넓게는 민주화 추진등 그동안의 경제성장에 걸맞은 정치적 개방을 뜻하고 있다는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89년 천안문사태=“80년대말과 90년대초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풍파가 발생했고 당과 정부는 鄧과 여러 노동자들의 지지아래 인민들에 의존해 국가의 독립.존엄.안전.안정이란 4대 기본원칙을 굳건히 지켰다.”

이같은 江주석의 발언은 중국당국의 입장이 기존의 강경정책에서 크게 후퇴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먼저 천안문사태를 과거처럼 동란이나 반혁명 폭란으로 단정하지 않은 점이 우선 눈에 띈다.또한 6.4유혈사태와 관련해선 鄧과 노동자

들의 지지,인민에 의존이란 새로운 표현등을 써서 집단지도체제 모두에 책임이 있음을 지적,공동책임론을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다.

◇반보수파 입장=江주석이 추도사에서 鄧이 개혁.개방 노선의 기치를 다시 한번 치켜들었던 92년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강조하고 또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혁에 대한 鄧의 비판을 칭송한 것은 덩리췬(鄧力群)등 보수파에 대한 분명한 경

고로 해석된다.

◇毛와 鄧의 비교=毛가 없었다면 중국이 아직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을 것과 같이 鄧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중국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추도함으로써 江은 毛와 鄧을 역사상의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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