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100년사>7. 니퍼(HMV) 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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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영국 브리스톨 프린스 극장 소속의 무대미술가 마크 바로드에겐 니퍼라는 이름의 귀여운 개가 있었다.주인이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니퍼는 동생인 프랜시스의 집으로 옮기게 됐다.형처럼 화가였던 프랜시스는 어느날 에디슨 축음기를

듣고 있는 니퍼의 진지한 표정이 대견스러워 이를 화폭에 담았다.1899년 1월 완성된 이 그림의 제목은 '그의 주인의 목소리'(His Master's Voice).

프랜시스는 이 그림을 특허청에 등록한 다음 에디슨 벨사에 가서 상표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하고 말았다.금빛 나팔을 그려넣으면 그림이 돋보일 것이라는 충고를 듣고 나팔을 빌리려고 그라모폰사를 방문했다.

그때 마침 그는 그림을 찍어 놓은 사진을 들고 갔다.사진을 보고난 윌리엄 배리 오언 사장은 프랜시스에게 에디슨 축음기 대신 자사 제품을 그려넣으면 그림을 사겠다고 약속했다.그해 10월17일 그는 그림을 넘겨주고 1백파운드를 받았고

1913년부터 10여년간 24장을 추가로 그렸다.런던을 방문한 에밀 베를리너는 오언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니퍼 그림을 보고 상표권을 사들였고 미국 빅터 토킹 머신사도 니퍼를 상표로 사용했다.그래서 니퍼 그림이 RCA빅터 상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EMI의 전신인 그라모폰이 원래 주인이다.

이 그림을 처음 발굴한 그라모폰사가 1899년부터 사용해오던 깃털펜으로 디스크의 홈을 파는 천사(에인절)그림과 함께 니퍼(HMV)를 상표로 사용한 것은 1909년부터.이 상표는 지난 91년3월 붉은색 네모꼴의 EMI클래식스라는 로고가 탄생될 때까지 사용됐다.

80년대 RCA빅터사를 인수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도 새로운 상표로 니퍼와 그의 꼬마친구 치퍼를 내세웠다.

<사진설명>

'그의 주인의 목소리'(HMV)에 등장한 니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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