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추모展 미공개作 27일부터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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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수화 김환기(1913~74).그가 이 땅에서 이룬 모든 것을 버리고 50이라는 나이에 훌쩍 떠난 뉴욕은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주었다.자연인으로서의 인생 황혼기에 그는 예술가로서 새봄을 맞이한 것.

환기미술관(02-391-7701)은 수화의 뉴욕생활 초기의 미공개 작품들을 모은 전시'이른 봄의 소리'를 수화의 탄신일인 27일 시작한다.이 전시에서는'봄의 소리'와'이른 봄''이른 봄 아침'등'봄'이라는 계절감각과 음악적 리듬이 잘 어우러진 작품 43점이 선보인다.

수화의 뉴욕생활은 63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74년까지 10여년동안 계속된다.

항아리와 산과 달이라는 이미지로 이미 자신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이뤄냈던 수화는 뉴욕에서 완전한 추상작가로 변신했다.새로운 형식의 추구에 몰입한 끝에 무수히 많은 점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점화(點畵)와 십자구도의 작품들을 탄생시켰

다.그 이전에 그가 끊임없이 보여주었던 한국적인 정서를 당시 뉴욕을 휩쓸던 색면추상과 접목시켜 한국적 추상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십자구도의 작품이 제작되기 직전인 65년에서 68년에 만들어진 것들.점.선.면의 조화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이전의 두터운 질감에서 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변화한 유화와 과슈화,왕성한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매체를 사용했던 작품등이 소개된다.

특히 청색화가로 알려진 김환기지만 노란색이 화면의 주조색을 이뤄 봄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도 볼 수 있다.

수화의 뉴욕시기 작품들은 대개 연작 개념으로 숫자로 된 제목을 갖고 있지만 추상화가로서의 존재를 국내에 인식시킨 70년도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등처럼 시적인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들도 다수 있다.'재료도,생활비도 다 떨어진'뉴욕생활에서 오히려 예술가로서의 환희를 맛보았던 그의 내면심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전시는 4월20일까지 계속된다. 〈안혜리 기자〉

<사진설명>

김환기의 미공개작품전'봄이 오는 소리'에 출품된'무제'.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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