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민들, 진실밝히는 각료에 큰 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장관의 투철한 책임의식이 국민앞에 조직 전체의 체면을 살린 좋은 예가 이웃 일본에 있다.96년7월 간 나오토(菅直人.50)당시 일본 후생성장관은'매력적인 미래의 일본 총리후보'로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당시 일본의 최대 현안이었던 에이즈 약화(藥禍)사건에 대해 정부책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일본정부가 미국에서 수입했던 비가열성 혈액제제의 수혈로 인해 모두 1천8백여명이 에이즈에 감염되고 이중 4백여명이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전임 장관들은 문제발생후 7년동안“감염 위험성을 몰랐으므로 정부에 잘못이 없다”고 줄기차게 발뺌했었다.그러나 간 장관은 취임후 곧바로 진상규명에 착수,후생성이 감염 위험성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했다.이로써 후생성은 7년에 걸친 시달림에서 해방됐고 국민들로부터는 큰 박수를 받았다.일본의 경제백서는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PR성 얘기는 거의 없고 경제현실에 대한 솔직하고 정확한 인식이 담겨있다.

그 까닭은 백서를 만드는 경제기획청 엘리트 관료들이 내용을 적당히 분식.치장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대로 보여주는 책임있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일본의 경제적 성공의 최대 원인은 소련 아닌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기 때문”(77년백서

)이란,일본 입장에선 심히 자존심 상하는 내용이 활자화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이런 진솔한 내용 때문에 백서는'일본경제를 알기 위한 기초문서'라는 평가를 받는다.백서를 만드는 관료들이“잘못하면 위에서 노(怒)할지 모른다”며 보신과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면 언제나 매진될 정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백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이'관료국가'라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처럼 책임의식이 강한 관료들이 국가발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내각이 수시로 개편되고 장관은 정치적으로 왔다갔다해도 사무차관이하 직업관료들을 중심으로한 행정의'토대'는 반석처럼

흔들림이 없다.이런 일본 관료사회도 요즘엔 도마에 올라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관료들의 대민(對民)봉사정신과 책임의식을 끊임없이 고취시켜야 한다며 조직및 의식 양면에서 과감한 개혁을 추진중이다.관료는 일종의 마차다.

마부가 계속 끌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사진설명>

菅 전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