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 한달 휘청거리는 지역경제-충남.대전.강원등 후유증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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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보가 부도난지 한 달이 지났으나 후유증은 좀처럼 가라않을 기미가 없다.한보그룹 사업장이 많은 충남.대전.부산.경남.강원지역 경기는 찬바람이 불고 있으며 지역내 철강.조선.건설업계,금융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마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충남도가 집계한 한보부도 피해는 지역협력업체 9백51억원,금융기관 1천2백82억원으로 모두 2천2백33억원.

정부의 지원방침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재개된 당진제철소 현장에서 지금까지 모두 5백18건(8백36억여원)의 채권확인서가 발급됐다.

그러나 은행측은 확인서를 받은 업체에도 추가담보를 요구해 사실상 자금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한보로부터 어음을 받지 않고 외상거래를 한 업체들은 이같은 정부지원마저 받을 수 없어 돈을 다 떼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충남당진에서만 이같이 외상거래를 해온 중소업체가 5억원 이상 7개,5천만~5억원 39개,5천만원 이하 1백5개등 모두 1백51개로 피해액은 2백70억원이나 된다.

이들 외상거래업체는 당진제철소 제2단계 공장건설 현장에서 토목.건축분야 공사를 맡았던 영세업체들과 물자를 공급해 온 도.소매업체들로 B지구 건설공사가 재개되기 전에는 밀린 대금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B지구 건설공사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외상거래를 한 음식점.주점.숙박업소등 영세상인들은 건설공사 중단으로 이들이 공사현장에 돌아오지 않아 외상값을 아직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진지역 경제단체들은 지난 17일 오후 긴급모임을 갖고 범군민대책기구 결성과 중앙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지자체들도 세수감소로 올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됐다.

당진제철소가 체납한 지방세는 충남도 3백80억원,당진군 85억원등 모두 4백65억원.당진군은 올해 계획했던 자체 세수(稅收)사업의 절반을포기하기로 했다.

한보에너지의 부도로 가스배관공사가 중단돼 충남 서북부지역의 대규모 공단조성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당진군고대면과 부곡면 일대 1백61만평에 99년까지 조성할 예정인 아산국가공단에서 LG반도체.연합철강.동부제강등이 기반조성공사를 벌

이고 있으나 가스관매설공사를 하지 못해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6월부터 시작키로 한 서산지역 3천1백여가구에 대한 도시가스공급도 늦어지게 됐다.

◇부산.경남지역=한보철강 부산지역 협력업체 35곳이 납품대금 37억원을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김해시장유면 ㈜경도등 경남지역 3개 업체도 2백억원대의 피해를 보고 있다.

또 부산은행.동남은행.한솔종금등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 9곳이 모두 1천9백53억원을 한보에 빌려 주거나 지급보증해 이들 대부분을 부실채권으로 안아야 할 판이다.

이 지역 리스사는 담보확보마저 안한 경우도 많아 걱정이 더 크다. 또 마산 경남은행은 한보철강에 빌려 준 3백30억원중 1백20억원 정도의 채권만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부산지역 상호신용금고 27곳중 16곳이 1백30억원대의 한보어음을 갖고 있으며 이중 40억원 정도가 결제받기 어려운 융통어음으로 알려져 있다.

한보 부산제강소의 3백60여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12월1일 한보철강으로부터 받은 진성어음 3백90억원은 채권은행단의 구제를 받게 됐으나 그 이후 발행된 진성어음과 미수금 1백10억원은 결제받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한보그룹의

위장계열사로 분류된 대동조선(경남진해시)의 부도로 이 회사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 2백여곳중 부산.경남업체(1백60곳) 34곳이 2백18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들 협력업체 대부분이 몰려 있는 부산 영도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지역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강원지역=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는 자금난으로 당초 1월말(광업소의 경우 관례상 한 달 늦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음) 주게 돼 있는 지난해 12월분 임금을 체불했다가 설 전인 지난 5일 임금과 생활장려금으로 1인당 20만원씩을 뒤늦게

지급했다.지난해 12월 갱내 출수사고로 사망한 이 광업소 광원 12명의 유족들은 지난 17일까지 민사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으나 부도여파로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재단법인 한보학원이 운영하는 영동전문대의 경우 오는 5월말 준공예정인 실습동 신축공사가 이달초부터 중단되는 등 학교발전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또 지난해 준공된 학생회관.체육관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실습동의 건설공사를 맡았던 강릉

지역 레미콘 및 건설업체가 노임 및 자재공급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할인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피해업체는 강릉 영진주택건설과 금강레미콘등 6개 업체로 피해액은 모두 11억2천3백여만원이다.

강릉시도 한보에너지와 한보주택으로부터 강릉시옥계면 옥계광업소의 광업권에 대한 취득세 27억1천여만원(가산세포함)을 받지 못해 올해 심한 재정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강진권.홍창업.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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