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존슨과 트레이드설 서재응 "가라면 가지요"

중앙일보

입력

뉴욕 메츠 서재응(27)은 의외로 담담했다. 갑작스럽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랜디 존슨(41.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의 맞트레이드 카드로 자신이 거론됐다는 소식을 접한 서재응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보내면 가야죠. 내가 무슨 힘이 있나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재응의 이같은 태도는 사실 지난 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시즌 루키로서 뉴욕 메츠 선발 투수로 맹활약할 때 서재응은 "메츠도 좋고 뉴욕도 좋다. 여기서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다"며 뉴욕 메츠의 '터줏대감'이 되겠다는 희망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메츠는 서재응이 지난 97년 입단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디딘 팀으로 애정이 깊은 데다 연고지인 뉴욕의 분위기와 날씨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난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전에 메츠와 다년 계약을 맺는 것을 원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러나 서재응은 올 스프링 캠프를 거치면서 자신과 구단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스프링 캠프 시작 전 제4선발을 보장했던 코칭스태프와 구단은 시범경기 성적이 부진하자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키는 등 서재응을 적잖게 실망시켰다. 팀 성적을 우선 고려하는 팀으로 소속 선수들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기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서재응이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더욱이 뉴욕 메츠는 서재응과 같은 소속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들을 키우기보다는 프리 에이전트 시장에서 고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스타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서재응에게는 실망스런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서재응도 기회가 많은 팀으로의 이적도 받아들일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재응은 젊은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서재응은 현재 30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서 시즌 3승을 따내며 진가를 발휘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알링턴=일간스포츠 박선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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