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빈티지’ 2005년산 와인10~15년 보관했다 즐겨야 제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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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그랑크뤼입니다’라는 수식어는 명품 와인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프랑스 보르도 지역 132군데 샤토(포도 재배, 와인 제조 업체)를 회원사로 둔 보르도그랑크뤼연합의 실비 카즈 레젱보(53·사진) 회장이 홍보차 방한했다. ‘세기의 빈티지’란 평가 속에 하반기 들어 출시된 2005년산 와인 100여 종도 함께 도착했다. 1973년 창설된 이 협회의 첫 여성 회장인 그는 랭시 바주와 오름 드 페즈라는 두 샤토의 소유주다.

-경기가 좋지 않아 와인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그랑크뤼급 와인은 경기를 덜 탄다. 가격대가 높지만 와인에 심취한 이들이 꾸준히 찾는다. 불경기일수록 홍보를 강화하려 한다. 와인 견문을 늘릴 기회를 제공해 잠재 수요를 이끌어내겠다.”

-회원사들의 2005년산 와인은 어떤 제품인가.

“1982년, 89년 산과 유사한 것 같다. 좋은 포도가 되려면 봄·여름 기온이 일정하고 습도가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 또 수확기 직전의 일조량이 많아야 한다. 2005년에는 이런 조건들이 충족됐다.”

-와인 값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투기적 수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품질이 좋다 보니 공급이 달려 투기 수요가 끼어들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2005년산의 제 맛을 음미하려면 얼마나 보관해야 하나.

“충분히 숙성되지 않았다. 10~15년 잘 보관했다 즐기면 최상의 맛일 것이다.”

-한국의 와인 문화에 대한 소감은.

“4년 전부터 한국을 들렀다. 와인을 맛으로 즐기는 수준을 넘어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친교를 다진다. 프랑스와 흡사하다. 음식문화가 섬세하고 우아한 것도 그렇다. 그랑크뤼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문병주 기자

◆그랑크뤼(grand cru) 와인=1855년 메도크 지방에서 와인을 5등급으로 구분한 것이 시초다. 당시 와인의 시세를 따져 등급을 매겼다. 요즘은 품질이 뛰어난 고급 프랑스 와인을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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