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소년 가장에 임대아파트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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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파트에서 살게 돼 너무 좋아요."

24일 오전 광주 남구 진월동 호반리젠시빌 101동 입구. 소년 가장 최모(17.고교 2년)군은 9층까지 이삿짐을 옮기면서 연신 싱글벙글했다.

부모가 생활고로 이혼한 뒤 엄마와 살던 최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마저 병으로 잃고 홀로 남겨졌다. 이때부터 그를 거둬 온 '고모'는 자원봉사자 김순옥(43.여)씨다.

김씨는 월세방을 얻어 최군 등 2명을 친자식처럼 보살펴 왔다. 김씨는 "고 2와 고 3인 얘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은혜를 갚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6층으로 함께 이사한 조모(15.중 3)군도 아홉살 때 교통사고로 모든 가족을 잃고 친 고모 그리고 사촌형제 둘과 단칸 월세방에서 살았었다.

두 소년 가장의 보금자리는 광주신세계백화점과 호반건설(회장 김상열)의 합작품. 두 회사는 지난달 백화점에 부스를 설치해 아파트 분양 홍보를 하고 소년소녀 가장에게 집을 제공하기로 뜻을 보였다.

이에 따라 최군과 조군이 4년 동안 공짜로 살 집은 13평형 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 1700만원과 월 임대료 5만6000원는 호반건설이 부담한다. 백화점은 바자회를 통해 조성한 500만원으로 냉장고.세탁기.책상 등 가재도구를 사게 하고 월 관리비(약 5만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박건현 대표이사는 "수혜자가 적은 게 아쉽지만 앞으로 그 수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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