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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전 개발로 高유가 뚫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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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국제 원유가가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배럴당 40달러를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불안한 중동 정세와 중국 등 주요 에너지 소비국의 급격한 소비 증가가 맞물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자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고유가의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국제유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유가 상황이면 늘상 등장하는 에너지 활용의 효율화나 범국민적 에너지 소비절약 운동은 단기적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 해법은 될 수 없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하는 의견도 많지만 문제는 그렇더라도 원유와 천연가스의 사용 비중이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매장량만으로도 40~60년은 쓸 수 있고, 앞으로 발견될 매장량을 염두에 두면 석유자원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원자재난과 에너지 파동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에너지 자원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고 본다. 해외 석유자원을 많이 확보하게 되면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담보함은 물론 유가 상승에 따른 국가경제의 주름살을 완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주개발을 통한 원유 공급률은 3%로, 프랑스(77%).일본(11.3%)과 비교할 때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해외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SK주식회사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23개국 50개 광구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실패한 광구도 많지만 현재 전 세계 16개 광구에서 약 3억배럴의 지분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3억배럴은 국내 소비량 기준으로 약 140일 공급분에 해당한다.

해외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의 인식 전환과 함께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 몇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금융.세제 지원이다. 정부는 2010년까지 원유 10%, 천연가스 30%의 자주개발 공급 목표를 세우고 정책자금의 융자 및 세제상의 혜택 등 지원제도를 마련해 운영 중이지만 자주개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막대한 자금소요와 리스크가 수반되는 해외 자원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을 통한 획기적 지원예산의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 확보된 자원의 판로 지원 문제다. 예를 들어 2007년 이후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천연가스의 경우 원유와 달리 장기판매처가 우선 확보되어야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발견된 10조 입방피트 규모(한국 지분 16%)의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예멘 LNG사업의 경우 국내 가스산업 구조개편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이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애써 확보한 자원이 판매처가 없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면 이는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이 고유가 상황이 되면 석유자원의 자주개발 필요성을 크게 외치다가도 막상 유가가 떨어지면 자주개발의 필요성을 쉽게 잊곤 한다. 이제는 단기적인 유가 등락에 연연하지 말고 안정적 에너지 자원의 확보라는 국가적 명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민간과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합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황두열 SK(주)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