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석연치 않은 신일순 대장 군사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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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횡령혐의로 구속된 신일순 육군대장이 어제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5년형을 구형받았으나 벌금 2000만원.추징금 1억769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申대장이나 군검찰이 항소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군 내부를 소용돌이치게 했던 '육군대장의 공금횡령'사건은 일단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재판부는 선고배경으로 申대장이 이미 대장으로서의 명예가 무너졌고, 명확하게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그런 설명으로는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의 의혹을 풀 수 없다. 서슬 퍼렇게 구속할 때와 재판 때의 모습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申대장의 혐의는 결국 '벌금 2000만원'수준으로 드러났다. 물론 벌금도 형벌은 형벌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사안을 갖고 육군대장을 전격소환하고 구속할 사안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가뜩이나 이번 사건은 발생 초기부터 '특정출신 인맥 제거' '군 수뇌 물갈이'라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이번 판결이 나오니 군검찰이 모종의 의도를 갖고 수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 것이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이번 재판이 申대장은 물론 우리 군의 명예나 사기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또 다른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횡령이라는 명백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림으로써 군 내부의 공금전용이라는 '관행'을 척결하는 데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일이 관행이라면 왜 申대장만 구속했는가. 결국 군은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해명을 하고 있으니 의혹만 커졌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정권 차원에서 申대장을 표적으로 삼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적정한 선'에서 타협한 것이라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군 수뇌부는 알아야 한다. 군사재판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적당히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만 빚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