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사랑의 회초리 보급-보령 노인회 220개 직접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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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녀에게 폭력이 아닌 사랑의 회초리를 듭시다.”

노인들이 이웃과 부모를 섬길줄 아는 건강한 자녀를 키우자며 옛 서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회초리를 보급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상연(金相淵.79.미산면대농리)씨등 충남보령시미산면 노인회 소속 2백여명.金씨는“옛날 어려웠던 시절에 비해 요즘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이기적이고 무례한 짓을 많이 하는데다 점점 나약해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사랑의 회초

리 보급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주변 산에서 구해온 무궁화 나무와 쥐똥나무가지로 길이 60㎝,직경 10㎜ 미만의 회초리 2백20개를 만들었다.

국화(國花)인 무궁화 나무로 회초리를 만든 것은'나라를 위해 올바로 커달라'는 의미에서다.

노인들은 정성들여 만든 회초리의 손잡이 부분에 구멍을 낸뒤'사랑의 회초리'란 표찰을 붙여 면지역 중학생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나눠주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회초리와 함께 부모들에게 자체 고안한'자녀교육 십계훈'을 인쇄해 배포중이다.

십계훈에는'웃어른을 공경하자''남의 것을 훔치지 말자''약속을 꼭 지키자''거짓말을 하지 말자'등 자녀가 꼭 지켜야 할 10가지 덕목이 담겨 있다.

또 이것을 어길 경우 세번까지 대화로 해결하고 더 이상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만 사랑의 회초리를 사용토록 노인들은 당부하고 있다.

매를 들더라도 자녀들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가슴속에 묻어있는 부모 사랑을 느끼게 해야지 화풀이나 폭력수단으로 회초리가 사용되지 않도록 엄중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회장인 金씨는“분기별로 모범학생을 선발,표창할 계획”이라며“앞으로 회초리 보급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령=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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