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홀로사는 76세 독일 할머니 요하나 데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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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8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베를린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요하나 데멜(76.사진).

50줄에 들어선 딸 둘과 사위.손자등 가족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의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그저 다정한 이웃이나 벗 정도로 여길뿐이다.고령이지만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경제적으로도 자식에게 기댈 필요가 없다.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서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죠.”

보험회사에서 60세까지 일했던 데멜은 정년퇴직후 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 의무적으로 납부한 국가연금보험에서 나오는 1천마르크(약 50만원)와 미망인 연금조로 받는 8백마르크를 합해 모두 1천8백마르크가 그녀의 총수입이다.특별히 재산을 모아 놓았거나 다른 수입은 없다.

이중 8백마르크는 그녀가 살고있는 사회임대주택 월세로 들어가고 나머지가 생활비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는다”고 그녀는 만족해 한다.

아파도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연금에서 일부를 의료보험료로 내고 있기 때문에 추가부담을 하지 않고도 거의 모든 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데멜은 20대 초반에 자립해 나간 딸들과 그 가족들을 1주일에 한번 정도는 꼭 만난다.크리스마스때는 남동생 가족들과도 어김없이 한자리에 모인다.

“부모.자식간에 물질적으로 서로 주고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없습니다.남들보다 각별한 사랑과 관심을 나타내는 정도지요.”

유럽에서 노년은 대체로 쓸쓸한 것이 사실이다.우리처럼 부모.자식간 끈끈한 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메말라 있지만은 않다.

“서로 다른 땅에서는 각기 나름대로의 미덕과 질서가 있는 법이죠.”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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