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때에 따라선 흉기-성인기준 제작 어린이 특히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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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해 12월31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지방법원엔 몬트리 존스라는 두살배기 어린이가 에어백이 부풀어 오르는 충격 때문에 목이 부러져 사망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존스의 가족들은 자동차 메이커가“전반적인 안전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메이커를 고소했던 것. 고소장에 따르면 사고는 존스의 할머니 펠스가 크리스마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휴스턴시 인근을 달리던중 발생했다.

펠스가 다른 차를 피하기 위해 도로밖으로 차를 몰다 차 밑바닥이 조금 앞으로 삐져나왔으며 이 때문에 에어백이 작동해 조수석에 앉은 존스의 머리를 강타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을 위해 에어백을 다는 사람이 늘고 에어백 장착 의무화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미국에서 지난 10년간 에어백 덕택에 생명을 구한 사람은 1천5백여명.역으로 지난 7년사이에 에어백의 충격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어린이 32명,어른 20명으로 조사됐다.따라서 에어백은 생명을 구하는 이기(利器)지만 잘못하면 흉기(

凶器)로 돌변하는 양면성을 잘 살펴야 한다.

에어백의 위험은 운전자의 성별.연령별.체격및 운전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이.여성.키작은 사람.노약자들은 어른.남성.장년층에 비해 에어백에 다칠 위험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대부분의 에어백이 어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제작사들이 에어백의 안전성을 테스트할 때는 대개 더미(실물크기의 실험인형)를 사용해 에어백의 적절한 위치.팽창속도.부피등의 기준을 마련한다.

이 더미는 평균적인 어른 남성이 표본이며 따라서 에어백은 그같은 사람의 가슴부분에 놓이게 설계돼 있다.

어린이나 키작은 사람의 경우 머리나 얼굴부분이 에어백 장착위치와 비슷하다.

때문에 사고가 날때 에어백이 엄청난 힘으로 팽창함과 동시에 머리를 부딪치는 것이다.

이런 위험 때문에 어린이를 뒤로 향하게 앉혀놓고 운전하는 사람도 있으나 어린이를 태울 때는 에어백을 믿지 말고 뒷좌석에 앉히는 게 좋다.여성운전자가 에어백 사고를 겪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여성들은 남성운전자보다 운전대나 계기판 앞

으로 몸을 수그린 상태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초보운전자도 그런 경향이 있다.그러나 사람마다 다른 운전자세는 제작사의 에어백 실험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운전자의 머리도 사고시에는 급팽창하는 강력한 에어백에 부딪칠 위험이 높다.

에어백의 위험을 피하려면 팔 길이만큼 운전대에서 떨어지는 정상적인 운전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박영수 기자〉

<사진설명>

에어백은 어른 기준으로 제작되어 어린이에게 치명적 흉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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