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가 로비 몸통이자 주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건평씨가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는 차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다. [최승식 기자]

 세종증권 인수 비리 사건의 주연은 노건평(66)씨였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4일 “형식상 노씨는 공범 중 한 명이지만 이번 사건의 몸통이자 주역”이라고 말했다. 세종증권 측이 노씨에게 접근한 ‘로비 루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61·구속)씨와 그의 동생 광용(54·구속)씨였다. 인수 로비는 홍기옥(59·구속) 세종캐피탈 사장-정화삼씨 형제-노건평씨-정대근(64·구속) 당시 농협 회장으로 이어지는 구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씨의, 노씨에 의한, 노씨를 위한’ 로비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등장인물 모두 그의 능력에 기댔고, 거액의 성공 보수 역시 대부분 노씨의 몫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2005년 2월부터 노씨에게 접근했다. 세종증권 매각을 추진하던 세종캐피탈은 농협이 증권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로비를 맡을 적임자를 물색했다. 정 회장과 절친한 노씨가 로비 대상 1순위였다. 홍 사장은 곧장 정씨 형제를 연결 고리로 선택했다. 홍 사장은 고향이 같은 정화삼씨의 동생 광용씨를 통해 노씨를 소개받았다. 그는 광용씨와 함께 김해시 진영읍에 있는 노씨의 집으로 찾아가 “세종증권 인수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노씨는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수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이즈음 홍 사장은 광용씨에게 로비 착수금 5억원을 건넸다. 광용씨는 이 중 1억원을 노씨에게 전달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수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노씨는 수차례 청탁을 받게 된다. 홍 사장은 2006년 1월까지 노씨를 수차례 찾아가 “일이 성사되면 사례하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동시에 정화삼씨도 노씨에게 부탁을 했다. 노씨는 2005년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정 회장을 직접 만나 세종증권 인수를 부탁했다. 한 달 뒤인 2005년 7월 초 농협은 내부적으로 세종증권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2006년 1월 농협은 세종증권을 110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홍 사장은 약속한 성공 사례를 정씨 형제에게 건넸다. 29억6300만원이 든 예금 통장이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