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기자의 환경이야기] ‘온난화 10대 뉴스’ 꼽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연말이면 환경단체에서 ‘올해의 10대 환경뉴스’라는 걸 발표합니다. 10여 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요즘은 큰 주목을 끌지 못합니다. 지난해 12월 태안 유조선 사고 같은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매년 고만고만한 환경 이슈들만 나열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거대하고 오래 끄는 이슈 역시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 같은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뭉뚱그려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뉴스도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구온난화 10대 뉴스’ 같은 것을 꼽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눈에 띄는 온난화 뉴스는 얼음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①2006년 남극 얼음 1320억t이 녹아내려 10년 전보다 75% 늘어났다는 보고가 1월에 있었습니다. ②남반구의 겨울철인 7월에 아르헨티나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③북반구의 여름인 9월에는 북극 바다의 얼음이 2007년에 이어 사상 둘째로 작은 크기로 줄었습니다.

④12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평소보다 1m 이상 높아진 바닷물에 잠기고 있습니다. ⑤러시아에선 동토층이 녹으면서 털매머드 상아가 드러나자 주민들이 이를 내다파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⑥5월에 미국 정부는 북극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⑦지난달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바닷물의 산성화가 예상보다 10배 이상 빨리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바다에 녹아든 때문입니다. ⑧5월엔 미국해양대기청(NOAA) 과학자들이 바닷물 산성화로 해양동물의 껍데기·골격이 부식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⑨3월에 제주 부근 바다에서 참치가 많이 잡혔고 ⑩주홍날개꽃매미(중국매미) 같은 아열대 해충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뉴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이 열 가지 경고만으로도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12일까지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는 큰 성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