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둡시다>무선가입자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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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94년 3월 서울종로5가 지하 통신구에서 일어난 화재로 한때 시내 32만가구의 전화가 불통되고 은행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등 시민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이 사건은 지하에 묻혀있는 통신선로의 존재가 일반에 처음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그 중요성 또한 크게 부각됐었다.

시내전화는 지하에 매설된 통신선로를 따라 도시 구석구석에 거미줄처럼 깔려있기 때문에 어느 국가에서나 최후의 국가기간통신망으로 보호돼 왔다.

그러나 시내전화는 그 특성상 각 가정의 안방이나 사무실에까지 전화선이 깔려야 하기 때문에 망구축 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고 공사기간도 매우 오래 걸린다.

옛 소련지역이나 중국같이 통신기반구조가 열악한 국가에서 유선으로 시내전화망을 깐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또 시내전화에 새로 진출하려는 업체들도 기존 사업자의 망을 빌려쓰지 못할 경우 새로 전화선을 깔아야 하지만 이것도 거의 경제성이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기술중 하나가 바로 무선가입자망(WLL;Wireless Local Loop).WLL은 전화선 없이도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약 2~6㎞ 이내에 있는 각 가정과 사무실을 무선으로 연결해 주는 최첨단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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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품질도 기존 유선전화 수준인데다 설치비가 유선전화 절반에 불과하고 재난대비용으로도 적격이다.

또 기존보다 2배정도 빠른 최대 64Kbps 전송속도로 PC통신을 할 수 있고 통화량 증가에 따른 망확장과 유지보수가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 타결된 세계무역기구(WTO)통신서비스 협정에 따라 선진국의 거대 통신업체들이 국내 시내전화시장에도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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