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초등학교 여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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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 프랑스 여류작가가 쓴'어른들을 위한 동화(童話)'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주인공은 스위티라는 열두살의 초등학생인데 그의 눈에는 우주의 모든 것이 경이롭게 보인다.어느날 스위티는 산수시간에 사각형.이등변삼각형.정삼각형 따위의 도

형이 그려진 시험지를 받는다.왜 사각형이고,왜 이등변삼각형인지…를 증명해 보라는 문제였다.스위티는 그렇게 뻔한 것들을 증명하려 머리를 피곤하게 하고싶지 않았으므로“이건 사각형입니다.맹세코 내말을 믿어주세요”라는 식으로 답안을 쓴다.

스위티는 산수선생님과 교장선생님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고 다음날 정학통지서를 받는다.

동화속에 나오는 이 대목에 대해 얼마전 한 교육학자가 이렇게 논평하는 것을 들었다.여선생님이라면 이런 식의 시험문제를 내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고,만약 어떤 학생이 그런 답안을 썼다 해도 정학이라는 가혹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을 것

이라는 얘기였다.상급학교라면 몰라도 초등학교에 있어서는 남녀 선생님의 기질적 차이가 쉽사리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을 되새겨 보면 마음속 깊이 각인돼 있는 추억의 편린(片鱗)들은 대개가 여선생님들에 관한 것들이다.아무래도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여선생님의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일 것이다.특히 남학생들에게

있어 여선생님의 존재는 어머니나 누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일 수도,평생토록 마음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교육의 원론적 입장에선 여선생님에 의한 편중된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교육내용에서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고,성격형성의 측면에선 여성화.왜소화하기 쉽다는 것이다.균형있는 교육이 되려면 비슷하거나 여선생님이

다소 많은 정도가 이상적이라 한다.

문제는 초등학교 교사의 공급원인 교육대학진학을 남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다는데서 비롯한다.90년대 이후 여교사가 급증하는 추세더니 금년 서울 공립초등학교 교사임용시험에서는 여자합격자가 93.8%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서울의 여교사비율

은 73.2%다.여자 1백명에 남자 1백13.7명에 이른 올해 취학어린이의 성비(性比)불균형과는 정반대현상이니 그 해소책으로나 받아들여야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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