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제보 200여건중 절반은 조사방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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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보의혹 추궁의 무대가 바뀐다.검찰이 19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 무대는 검찰에서 국회로 옮겨온다.

검찰의 편파.축소수사를 규탄했던 야권으로서는 모처럼 홈구장의 이점을 안게된 셈이다.

관건은 야권이 한보 비호세력의 존재를 입증할 결정적 폭로를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총재는 이미“믿을만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를 받아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에서 이를 터뜨리겠다”고 예고했다.

국민회의가 물증까지 곁들인 새 사실을 국회에서 밝힌다면 정국은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야권은 한보 비리의 계통도(圖)를 새로 그리며 특검제 도입,전면 재수사등을 한층 거세게 요구할 수 있게된다.

야권이 현재 중앙당과 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제보는 대략 2백여가지.이중 절반이상은“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성 제보(국민회의 吳佶錄민원실장)”로 자체 분류되고 있다.

괜찮은 것은 제보자와의 접촉이 어렵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국민회의는 설 연휴 때도 한보 비자금 장부를 가졌다는 일단의 남녀와 경기.강원등지에서 접선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실무진들은 물증을 확보해 의혹을 제시하라는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거증(擧證)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회의는 한보철강 공사대금의 유용액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를 입수했다는 얘기와 함께 코렉스 공법 선택과정에서의 청탁.외압설,고위층 친인척의 한보 공사 발주 개입설등을 추적중이다.

자민련도 전직 고위공직자의 한보 관련 실명제 위반 혐의를 포착했다는 얘기와 함께 특정 중소기업의 과다한 한보공사 수주설등을 내밀히 조사중이다.

양당은 재경위.통산위등 경제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도 각각 별도의 밀명을 내려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야권 움직임으로 보면 시중 루머의 확대판 이상의 물증을 확보했다는 낌새는 찾기 어렵다.

초기의 자신감과 예고는 국회가 열리는 시점에서 갑자기 들어가는 형세다.적지않은 의원들이“소문난 잔치에 뭐 먹을게 있느냐”고 말하는 배경인지도 모른다.

한 야당의원은“야권이 국회에서 시중 설(說)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그칠 경우 정치적 공세만 했다는 여당의 비판은 그렇다치더라도 국민의 불신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미리 걱정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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