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복수노조 '유연대응' 왜 나왔나-정리해고제 관철 겨냥 '일보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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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재계가 17일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요구한 것은 '복수노조 도입불가'라는 기존입장에서 선회해 탄력적인 방향으로 재계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총의 조남홍(趙南弘)상임부회장은 복수노조에 대한 반대입장이 달라진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신중한 검토라는 글자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1면〉

경제 5단체장들은 이에 앞서 지난해말 모임을 갖고 복수노조는 시기상조임을 주장하며 당분간 복수노조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런데 재계가 복수노조 허용을 받아들일 것임을 시사하는 입장을 조심스럽게나마 밝힌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재계가'복수노조 반대'주장을 견지할 경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말 여당의 노동법 기습처리에 대해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정부가 노동법 내용을 재론하기로 후퇴한 마당에 유독 재계만 계속 복수노조 불가를 주장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현행 노동법의 복수노조금지조항에 따라 불법단체로 규정된 민주노총이 파업과 관련해 각종 지시를 각 사업장으로 내려보내는 등 영향력이 큰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재계는 또한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는 대신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가 국회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개정되는 것을 미리 막아 보자는 전략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홍병기 기자〉

<사진설명>

경제5단체장들이 노동법 재개정을 앞두고 17일 서울 롯데호텔에 모여

복수노조 도입등에 관한 재계입장을 논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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