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영수사장의 절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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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4일 경총(經總)조찬회에 연사로 나온 재이손산업의 이영수(李永守)사장이 눈물을 흘리면서 고발한 우리나라 관료의 부패는 우리 모두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할 일이다.기업 활동의 모든 면을 옭아매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제는 실은 관리들의 개인적 뇌물 사냥 그물로 이용되고 있음을 고발한 것이다.

1억3천만원짜리 공장을 짓는데 3천만원을 뇌물로 바쳐야 했던 일이며,이유 없이 수출품을 불합격 판정으로 묶어 놓았다가 뇌물을 주니까 합격 도장을 찍어주던 수출검사소장,그밖에도 경찰.특허청.세무서.소방서 어느 한 곳도 썩지 않은 곳은 없다고 그는 고발하고 있다.

이래 가지고는'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는 커녕 경제는 '뇌물비용'때문에 파산하고 말게 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기업에 있어 세계화란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부패 비용이 이렇게 거대하게 만연해 있고서야 경쟁력 갖추기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李사장은 달포 전에 노동조합의 파업사태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던 일도 있다.그 일은 전국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대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 사장이 사재(私財)를 털어 실은 절규였기에 같은 처지의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근로자들로부터도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정치.관료의 끈질긴 부패 악습과 노동조합의 반(反)시대적 비타협은 이 나라 경제를 수렁 쪽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는 기업인들도 저항의 칼을 뽑아야 할 때라는 것을 李사장은 웅변하고 있다.지금까지 이 땅의 기업인들은 부패 요구에는 능욕만 당하고 노동쟁의에는 양보만 해왔다.기업인은 정치.행정권력 앞에서나 근로자 앞에서 결코 죄인이 아니다.이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지도자들이다.

앞으로는 반부패운동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하겠다는 그의 눈물 어린 담대한 결심에 동참하는 기업가들이 줄을 잇기 바란다.이것은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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