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목회자 출신 지승룡씨 신촌 "민들레영토"서 복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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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시가 나를 속일 때'민들레 영토'의 문을 두드리세요.” 신촌 대학가에 자리잡은 카페'민들레 영토'는 한때 목회자였던 지승룡(池昇龍.40)씨가 새롭게 시도하는'문화선교'의 공간이다.

기존 교회나 수도원이 일정한 영역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곳이라면 이곳 1백평 공간의 민들레 영토는 차 한잔을 매개로 누구든지 찾아와 자연스런 대화속에서 종교적 사랑의 참뜻을 느낄 수 있는 곳. 우선 카페에 들어서면 찻값 대신 '문화비'로 3천원을 낸다.

처음 온 사람이면 찻값보다도 비싼 책 한권을 선물받는다.차와 음료수는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그러고도 94년 10평으로 시작해 이만큼 크기를 넓혔으니 일반 경제이론으론 이해가지 않는 면도 있다.

“저는 5리를 가자고 하는 사람에게 10리를 동행해주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더 먹지않겠냐고 권하시는 어머니의 사랑도 맥을 같이 하죠.” 池씨는 연세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아세아연합신학대와 장로회신학대에서 교회사를 전공한 신학도.한때 목회자로서 선교활동을 하고 신학과에서 강의도 했지만 지금은 평신도로 돌아가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실천하고 있다.

카페 이름이 민들레 영토인 것도 바람에 날려 어느 곳에서든 살아나는 민들레 홀씨를 상징으로 하고 있어 종교에 상관없이 이 공간을 찾는 모든 손님들에게 휴식과 온정을 전달하고 있다.

이 카페를 다시 찾을 때마다 북카드를 나눠줘 5장을 모을 경우 책 한권씩 계속 받을 수 있다.마음대로 꺼내볼 수 있는 책들도 구비돼 있어 카페안은 책읽는 독서실 분위기도 난다.또 정신분석학등을 연구한 池씨와의 5단계에 걸친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모든 고민을 상담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신촌에서 그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것도 간접적 의미의 복음이라고 생각합니다.흔히 야타족이라 불리는 청년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나눈 대화가 그를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한 경험이 남다른 보람을 느끼게 했습니다.”“지난달에는 한 초등학생이 1백원짜리 동전 30개를 들고 와서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고 해요. 민들레 영토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장소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올해들어 새롭게 시작한 일로 아침.점심마다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세미나 공간,갑자기 벌어지는 토론.연주.모노드라마,2층 독서실에서 책을 읽는 젊은이들….황폐한 도심에서 피어난 사랑의 영토가 바로 이곳인 듯싶다. 〈곽보현 기자〉

<사진설명>

각박한 도심속에서 종교적 사랑과 훈훈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민들레 영토'.신촌을 찾은 젊은이들은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책을

가까이 하고자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위쪽 얼굴사진은 지승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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