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속의 중국인⑤] “중국진출 한국유통업체, 광고 더 해야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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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자는 ‘무관(無冠)의 제왕’이라고 불린다. 기자가 쓴 한 편의 문장은 사회를 바꾸고, 국가의 갈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기자에겐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능력이 요구된다.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인이 있다. 펑스이(馮適宜ㆍ28)씨가 그 주인공. 펑씨는 1999년에 한국에 와서 고려대 언론학과 석사 졸업 후 《아주경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다. 9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그녀는 학업과 구직활동을 어떻게 병행해야 하는지, 새내기 직장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등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현재 신문사에서 맡은 업무는?
“유학생과 유통분야 보도자료 수집업무를 맡고 있다. 주로 중국유통시장에 진출한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대형마트의 현재 상황을 보도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중국에 지점을 확장한 롯데마트에서 일정한 기간 내에 발생된 판매수익과 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아무래도 중국에 진출한 대형 유통업과 관련된 정보가 가장 큰 관심사다. 얼마 전 중국에서 분유파동이 발생했을 때 한국 식약청이 대응했던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인터뷰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누군가? 그 이유는?
“내가 인터뷰했던 각계각층의 학자나 유명한 정부 관리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자오충야요(趙忠堯)TCL주식회사 부회장이다. 당시 자오 부회장은 성균관대학에서 개최하는 한국 토론회에 참석했는데 깊은 인상을 주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매우 좋았고 부회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지만 그 강함 속에서 띄는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경제침체에 빠져든 지금, 한국 유통업계의 전망은 어떠한가? 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유통업계가 취한 많은 방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금융 등 다른 업종에 반해 한국 유통업계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라고 본다. 금융위기로 한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해외여행자수가 이전보다 감소되긴 했지만 이로 인한 저렴한 비용과 가격으로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증가되면서 한국상품을 구매하려는 중국과 일본여행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

-한국유통업계의 중국진출에 대한 견해는?
“90년대 말부터 한국대중문화가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류”를 통한 적극적인 자기 홍보를 펼치면서 중국내국인들에게 한국의 인지도를 넓혀갔다. 최근 한국 유통업체의 대규모 중국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역시 광고가 중요하다고 본다. 유통업은 즉 대중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쉽게 손에 얻어지는 것일수록 대중들의 인지도를 넓혀야 한다. 보다 공격적인 광고전략이 필요하고 본다.”

-한국생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한국의 대중교통시설은 정말 편리하다. 또 대형상점이든 편의점이든 판매원들의 서비스도 매우 친절하다. 게다가 한국인의 빨리빨리문화는 업무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업무처리의 효율증대라 할 수 있는데 빠른 서비스체계 확립으로 전화 한 통으로 단 시간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단점도있다. 한국의 먹거리와 주거생활은 편리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있어 비교적 부담을 느끼게 한다. 이 밖에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 역시 생활하는데 있어 좋지 않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버스 기사들이 차를 너무 빨리 몬다거나 밥을 빨리 먹는 습관 등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정말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한국이 외국인들이 생활하기에 적합하다 생각하는가? 만약 아니라면 외국인 관련 제도적 혹은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해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 보는가?
“유학기간을 말하자면 3-4년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한국의 밤 문화와 방과 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노래방 같은 곳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대부분 모두 한국인 생활패턴이 지나치게 빠르고 스트레스가 과다하다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보단 단기체류가 적합하다 생각한다. 외국인에 대한 제도적인 측면은 점점 개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조선족을 위해 특별히 만든 조선족만의 비자 시스템이나 외국유학생의 취업자격문제 역시 많이 확대된 편이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경력을 쌓을 계획인가 아니면 귀국을 할 계획인가? 이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한국유학을 와 이미 9년째 생활하고 있다. 집이 무척 그립다. 외동딸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줄곧 졸업 후에 어느 정도 사회경험을 쌓은 후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 자기 발전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머무를 계획은 없다.”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한 우물만 파고, 맹목적인 것을 금하며 추세에 따라 계획성 있게 단계적으로 사회생활에 뛰어들길 바란다. 모두 알다시피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유학생들은 보통 석사 3학년 부터 논문을 쓰면서 직장을 구하기 시작한다. 많은 학생들이 논문을 마친 후 바로 반듯한 직장을 갖길 바란다. 최선은 마음을 편안히 먹고 한 가지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논문의 기초 작업을 마친 후 직장을 알아 본다거나 아니면 일단은 논문을 포기하고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논문주제와 관련된 분야를 선택해 실습과정을 거친다면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리=조선희 연구원 hotmocha@joongang.co.kr
번역=선우경선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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