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5년간 3조원 들여 태양광·풍력 기술 선진국 수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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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10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엔 ‘에너지 다소비’라는 그늘이 자리잡고 있다. 철강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중공업 위주의 경제발전 전략엔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해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했다.

대표적인 게 전기다. 2006년 현재 국내 전기 요금을 100으로 보면 일본(170)·프랑스(148)보다 훨씬 싸고 미국(107)보다도 낮다. 낮은 요금은 급격한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국내 전력 수요는 1965년 602MW에서 2007년 6만2285MW로 103배가량 늘어났다. 1인당 전력 소비량도 같은 기간 중 86kWh에서 7607kWh로 급증했다. 70,80년대보다는 둔화됐다고 하지만 지난해 전력판매량 증가율은 미국·유럽보다 훨씬 높은 5.6%에 달했다.

문제는 값싼 전기를 만드는 데 주로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2007년 생산한 전기 중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진 것의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에 가까운 64.5%에 달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35.5%)을 앞으로 더욱 늘리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대표주자는 한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한국전력이다. 앞으로 5년간 3조원을 투입해 태양광과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비중을 2010년 10%로 확대해 100만 가구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효율을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높인 투명태양전지와 발전용 연료전지 등 청정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 스마트 배전 시스템 등을 통해 전기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톱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진척이 빠른 것은 풍력 발전 분야다. 한전은 7월 중국 최대 발전회사인 다탕집단공사와 네이멍구와 간쑤성에 99.5MW 규모의 풍력 발전단지를 추가로 건설키로 합의했다. 2005년부터 이들 지역에서 운영 중인 기존 설비에 더해 중국 내에서만 모두 517MW의 풍력발전 설비를 갖추게 된 한전은 중국 내 최대의 외국인 발전사업자가 됐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을 통한 원전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2030년 국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59%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고리·월성·영광 등에서 운영 중인 20기의 원자로 외에 2010~2014년 중 완공할 신고리 1~4호기, 2011~2012년 완공할 신월성 1·2호기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신울진 1·2호기도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원전은 발전단가가 석유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력발전은 국내에서 더 이상 개발할 여지가 없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원전뿐”이라며 “건설 중인 원전 외에도 추가로 10기 정도를 더 짓기 위해 부지 선정 등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력거래소 양성배 팀장은 “전기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 1t당 3만2000원의 환경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전기 생산의 화석연료 탈피와 효율화 못지않게 이용의 효율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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