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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으로 증시 부양'은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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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삭제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는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선 57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무조건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본법이 개정되더라도 개별 기금법에서 주식투자가 금지되고 있는 14개 기금은 여전히 주식 투자를 할 수 없고, 이미 주식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25개 기금은 기본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는 개별 법인 국민연금법에 의해 이미 이루어지고 있어, 이번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과 관계없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으로 주식투자가 새로 허용되는 기금은 18개로, 2003년 말 현재 여유자금 규모가 전체 기금 여유자금(190조원)의 4.8%(9조2000억원)에 불과하고 주식 투자여력이 많지 않다.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염려도 기우에 불과하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 절차는 개별 기금법 및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기금운용위원회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자 대표 등 민간위원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자산배분을 결정하고 국회 심의를 거치고 있다.

또 올해 말까지 각 기금은 자산운용의 원칙과 기준을 담는 자산운용 지침을 의무적으로 제정.공시해야 하므로, 자산운용의 투명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취지는 무엇인가. 개별 기금법령에 따라 개별 기금이 자율적.합리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자산을 운용하는데, 채권 등 특정자산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주식.채권.부동산.SOC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위험성을 줄이고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공공성이 강한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손실 발생이 우려되므로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연기금은 일반 개인투자자와 달리 우량 주식에 대해 장기 투자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88년 이후 지난 3월까지 채권수익률이 연평균 7.9%인 반면, 주식 투자수익률은 12.6%였다.

또 외국인 투자 비중이 40%를 상회하는 현 주식시장에 연기금의 주식 투자가 확대된다면 결국 외국인의 이익실현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이 역시 우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일반적인 시각에 비춰보면 맞지 않는 말이다.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것은 우리 증시의 중장기적 전망이 밝기 때문이며, 지금 연기금 주식투자가 확대된다면 외국인이 가져갈 국부를 우리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19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 자산이 합리적.효율적으로 운용되어 국민 부담을 경감하고 연기금 자산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올라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신철식 기획예산처 기금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