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생각합니다>한국계 혼혈아 따뜻한 시선으로 맞아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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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얼마전 한국계 혼혈아이들에 대해 특집으로 제작한 TV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노랑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아이,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한 혼혈아이들의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가지 조사와 함께 보여주고 있었다.평소에 가지 고 있던 내생각 이상으로 그들은 우리 삶의 겉에서만 맴돌고 있었고,한국인에 대한 적지 않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그들은 어린시절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를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게 된다.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엔 대개 편모슬하에서 자라게 되므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한꺼번에 감당해야만 한다.
성인이 돼서도 우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돈만 조금 모이면 그들의 아버지 나라로 도망치듯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떠한 확실한 보장도 없이 말이다.
물론 그러한 시련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하지만 솔직히 우리사회는 그들의 적응을 받아줄만한 여유가 없는 것같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어엿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도 아울러 생각해야 한다.우리와 생김새가 다르고 삶의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너무 큰 상처를 그들의 가슴속 깊이 남기고 있는 것은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추운 겨울 불쌍한 노인들과 고아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하지만 깊은 상처를 안고 어두운 곳에서 살아가는 혼혈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여주〈대구시달서구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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