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장엽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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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로 망명요청을 하고 있는 북한 노동당 황장엽(黃長燁)비서를 통해 우리는 섬뜩한 메시지를 읽는다.이 메시지란 그가 망명결심을 굳히는 과정에서 작성했다는 메모에서 밝히고 있는 북한의전쟁준비와 대남(對南)첩보활동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북한체제의 핵심에서 정책결정에관*여하던 인물이 직접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북(對北)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황장엽은 메모를 통해 여러차례 북한의 대남 무력통일정책을 언급하고 있다..남을 불바다로 만들 기회만 노리고 있으며'.현재형편에서 전쟁밖에 다른 출로가 없다고 생각되며'.전쟁준비를 첫자리에 놓고 모든 일을 꾸미고 있다'는 등의 표 현으로 전쟁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이러한 우려에 덧붙여 충격적인 것은.남한권력의 깊숙한 곳에 이곳(북한)사람이 박혀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전쟁준비는 우리가 귀따갑게 들어온 사실이다.그러나남북한간에 몇차례 긴장이 빚어졌던 때를 제외하고 우리는 안보태세에 둔감한 편이었다.북한이 휴전선부근에 전력을 증강배치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많았다.특히 90년대 들 어 탈냉전(脫冷戰)분위기에 젖어 안보불감증 현상은 두드러졌다.그러나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북한이 남침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황장엽은경고하고 있다.따라서 북한이 모험주의적 충동을 갖지 못하도록 국민과 정부 모두 항상 경계심을 갖고 빈틈없는 방위태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 태세에 빈틈이 없으려면 방첩전선에도 허점이 없어야 한다.그런데 황장엽은 우리 권력 깊숙한 곳에 북한첩자가 박혀 있다고 말하고 있다.그렇지 않아도 공안기관이 우리사회의 친북세력을4만명가량으로 추정한지 얼마 되지 않는 참이다.
또 바로 얼마전 아랍인 교수로 위장했던 간첩 깐수도“남한사회에 수십,수백명의 간첩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따라서정부는 방첩태세를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권력내부에 스며든 간첩은색출해내야 한다.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 전반을 긴장시키거나 일상적인 시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황장엽의 말은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 뿐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경고도 담겨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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