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黨비서 망명 학생운동 구도 변화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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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일성 주체사상의 대부'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 황장엽(黃長燁)비서의 망명 요청은 대학가 운동권 사이에서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黃비서의 저서와 논문을 입수해 학습하는등 주체사상을 이론적 근거로 학생운동을 주도해온 한총련내 민족해방계열(NL)주사파 학생들은.사상적 근거'가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黃비서가 74년2월에 발표해 주체사상 의 기초가 된.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기 위한 당 사상사업의 당면한 몇가지 과업에 대하여'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논문으로 꼽힌다.또.
주체철학의 이해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전 당과 온 사회의 유일사상체계를 더욱 튼튼히 세우자'등의 논문이 있다. 한총련은 일단.黃비서 망명은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내 최고 이론가인 그의 망명으로 지난해 연세대사태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총련 임시의장 강위원(姜渭遠.24.전남대총학생회장)씨는 13일“黃씨 개인의 신념 변화를 굳이 이론의 결함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놀랍고 당혹스럽다”고 밝혔다.중앙대 총학생회의 한 간부도“북한에서 최상류층 생활을 해온그가 귀순한 사실을 일반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경희대 총학생회장 박정윤(朴正允.23)씨는“黃씨의 귀순으로 운동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더욱 악화되고 학생운동도 위축될 것을 우려하지만 학생운동 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한총련내 소수파인 민중민주(PD)계열과 21세기 진보학생연합등은 黃비서의 귀순으로 주사파 입지가 대폭 약화될 것으로분석하고 있다.
21세기 진보학생연합 계열인 서울대 총학생회 한 간부는“사상적으로 북한 체제 유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黃씨의 귀순은 주사파 이념이 시대에 뒤져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수년 전부터 주체사상의 교조적 수용을 비판해 왔던 비(非)NL 운동권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92년 전대협 의장을 지낸 태재준(太載畯.27.전 서울대총학생회장)씨도“지난해 연세대 사태로 상당수 학생들이 과격한 투쟁방식에 등을 돌린 상태”라며“黃비서가 주체사상 이론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 사실이라면 주사파 중심의 현 학생운동 구도도 대변혁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체사상 전문가인 서울대 전인영(全寅永.65.국민윤리교육)교수는“黃비서 귀순으로 북한조차 대외적으로 주체사상을 선전하기 어렵게 된 마당에 주사파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존립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 될 것”이라고 전 망했다.
한편 전국 1백10개대(10개 분교 포함)의 총학생회는 NL53개교,PD 11개교,21세기 진보학생연합 5개교,비운동권 41개교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현철.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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