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역업자에 건넨 황장엽 서신 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황장엽(黃長燁)비서는 지난달초 김덕홍(金德弘)을 통해 중국의한 한국인 무역업자에게 자신의 귀순 결심을 밝힌 서신을 극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다음은 서신내용 요지.
◇북한사회에 대한 인식=남북 대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대립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봉건주의의 대립이다.지금 북은 사회주의와아무런 인연이 없다.인민.노동자.농민.지식인등이 굶어죽는 사회가 어떻게 사회주의 사회로 될 수 있는가.소련식 사회주의도 독재가 심했지만 세습적 1인독재는 없었다.
◇김정일(金正日)우상화 비판=후계자(김정일)는 날때부터.광명성'으로 태어나 아버지 지위를 계승키로 하늘이 결정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신격화할 형용사가 모자라 자연현상까지 결부시켜 신비화하고 있다.이 정도 되면 농민폭동이라도 나겠 지만 너무나째이고 탄압이 무자비해 인민들의 힘으로 도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북한사회 실상=북 인민들은 최악의 고통을 겪고 있다.
양곡이 약 2백만 모자라는데 군량미는 무조건 내야 하니 농민들이 자기 식량으로 남겨놓은 몫에서 3개월분을 떼 군량미로 바치고 있다.
◇통일에 대한 제언=평화통일을 실현하자면 남북간 차이를 하늘과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남이 정치적으로 통일되고 인구 1인당경제적으로 일본을 따라잡으면 평화통일이 실현될 것이다.
경제가 일본을 따라잡자면 정치적으로 안정돼야 하는데 지난 8월 대규모 학생소요,이번에는 노조가 대규모 파업으로 지장을 주고 있다.도탄속에 신음하는 북의 애국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미련하기 짝이 없다.
◇남의 정치.사회 진단=두가지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그 하나는 북의 침공에 대비할 투쟁역량을 강화하는 것이고 여기에선 군대와 안기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강력한 여당을 건설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측 학생들에 대한 충고=학생들이 북은 사회주의가 아니고 봉건주의라는 걸 알지 못해 기대거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학생들이 수천명씩 북에 와 6개월정도 있으면서 비참한 상태를 보도록 함이 필요하다.임수경같은 학생을 1~ 2명 들여보내면 전력을 다하여 속일 수 없다.
◇남의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대북정책.통일문제를 정책의 가장중요한 자리에 놓도록 한다.통일원을 강화,정권교체에 관계없이 대북전략을 일관되게 실시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