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매장 늘리기로 좌초-아프로만 왜 무너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프로만의 부도는 컴퓨터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계속늘려 나가는등 무모하게.앞으로만'대시해 나갈 때 이미 예고됐던일이다. 특히 선발주자이자 아프로만이 라이벌로 생각하는 세진컴퓨터랜드를 의식,지나친 저가판매 전략으로 일관해 매출의 계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은 오히려 커지는.속빈 강정'꼴이 되고 말았다.아프로만은 지난 78년.대도사'라는 상호로 컴퓨터유통업을 시작했다.86년 지금의 이름으로 상호를 바꾼 뒤 88년 용산전자상가에 매장을 열면서 본격적인 용산시대에 들어갔다.
이후 통신판매.컴퓨터관련제품 공동구매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양산했다.전자관련 제품 대부분이 한 회사 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체제로 유통되고 있는데 반해 아프로만은 이른바 국내외 여러 회사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양판점 형태를 도입하면서 사세(社勢)를키워나갔다.
95년부터는.이코노마트'라는 할인컴퓨터매장을 전국적으로 설립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전국에 42개의 매장을 세웠다.
아프로만은 영업전략에서 세진컴퓨터를 의식해 소위.파일럿피시 마케팅'을 사용했다.파일럿 피시란 상어를 따라다니면서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치우는 물고기.이처럼 아프로만은 세진컴퓨터가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하고 매장을 열면 바로 그 옆 에 매장을 낸 뒤 세진보다 더 싸게 컴퓨터를 팔아 구매자를 끌어 모았다.
실제로 인천.영등포.안양점등은 세진매장과 지척에 있고 상계점은세진매장과 같은 건물에 있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론 성공해 지난해에 매출 1천6백억원을 올리기도 했다.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불황에 따라 컴퓨터판매가 안되면서 마진이 거의 없는 영업전략은 점차 한계를 보였다.또 지나친 매장늘리기는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용산전자상가에선 아프로만의 부도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그 여파로 PC메이커들이 아프로만에 물건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자금난은 가중됐다.
부도직전까지 아프로만은 재기하려고 애를 썼다.파일럿피시 마케팅에서 벗어나.맞춤컴퓨터'를 선언하며 대대적인 판촉에 나섰다.
하지만 결국 자금난과 판매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아프로만의 부도는 용산전자상가의 연쇄부도에 불을 댕겼다는 우울한 평가를 받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는 아프로만의 부도때문에 1주일 안에 문을 닫을중견업체만 서너개에 달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아프로만을 무너뜨린 컴퓨터판매 부진이 용산상가 전체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하지윤.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