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 망명 관련 신병인도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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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2일 중국 베이징(北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요청한 황장엽(黃長燁) 북한노동당 국제담당비서 일행 2명의 한국행은 과연성공할 것인가.
黃비서는 지금까지 귀순을 요청한 북한인사중 최고위 인물인데다그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에 비추어 북한측의 반대공작이 엄청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그런만큼 지금까지 망명을 요청한다른 귀순자들처럼 쉽게 서울로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망명 요청자에 대한 처리는 본인의 자유의사를 확인하고,접수국과 망명 대상국이 협의해 망명허용 절차를 밟는게 일반적이다.이때 국제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자유의사다.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등 관련 국제기구를 통해 본인이 자유의사로 망명을 원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 黃비서가 망명을 요청한 장소가 중국 땅이라는 점이다.중국과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黃비서 일행 망명성공의 실질적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게 외교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중국은 61년 체결된.난민지위에 관한 협약'당사국이다.이 협약에 따르면 정치적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사람에 대해선.난민지위'를 인정,원소속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그러나 문제는 과연 중국정부가 黃비서 일행에 대해 순순히 난민지위를 인정할 것이냐 는 점이다.
중국이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당사국인만큼 협약에 규정된 절차대로 처리할 것으로 정부는 일단 기대하고 있지만 그대로 될지는장담하기 어렵다.북한이 중국에 대해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송환을 요청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따라서 이 문제는 국제법 차원을 떠나 결국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黃비서 일행의 망명요청 즉시 중국정부에 이들의 망명의사를 통보했으며 앞으로 중국측과 교섭,이들을 서울로 데려오겠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이들이 망명을 요청한지 불과 7시간30분만에 신속하게 국내언론에 이를 발표했다.
교섭에 착수하기도 전에 서둘러 공개부터 해버린 셈이다.북한인이 제3국에서 망명을 요청할 경우 당사국과 은밀한 협의를 거쳐한국행 항공기 탑승과 동시에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지만 黃비서가 워낙 거물인만큼 그의 망명요 청 사실을 잠시라도 비밀에 부쳐둘 수 없었다는 것이다.처음부터 드러내놓고중국과 공개적으로 송환교섭을 벌이는 쪽으로 급히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중국의 처리방침이다.정부는 금명간 차관보급 정부특사를중국에 파견,교섭을 시작할 계획이다.黃비서를 북한으로 돌려보낼경우 정치적 박해를 받을 것이 너무도 명백한 상황에서 차마 중국이 그를 되돌려 보낼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그렇다고 북한과의 관계에 비추어 우리 측에 쉽게 넘겨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따라서 중국정부가 고심 끝에 제3국으로黃비서 일행을 추방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국들의 경우 실제로 이런 사 례가 흔히 있었다.중국과의 교섭이 난항을 겪게된다면 黃비서 일행이 치외법권 지대인 주중 한국총영사관에 장기은신할 수밖에 없는 사태도 상정해 볼 수 있다.아무튼 중국이 인도주의에 입각,신속히 결정해줬으면 하는 것이우리 정부의 바람이 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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