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美금리·유가 유동적…'상승' 말하긴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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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주 국내 증시는 4주 만에 처음으로 주초보다 주말 종가가 높은 상태로 마감됐다.

'중국 쇼크'의 파장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면서 국내 증시가 공황상태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의 반등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긴축 우려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지만 유가 급등이 지속되고, 현재 1%인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가 미칠 파장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수억달러에서 많게는 1000억달러도 넘는 대규모 펀드를 운용하는 국제 자본들로선 작은 금리 상승에도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가 변동하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지난 2~3년간 저금리로 조달한 달러화로 아시아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였던 단기투자자금들은 서둘러 달러화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 충격과 유가 상승으로 이미 상승 탄력을 잃은 아시아 증시에서는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최근 증시와 상품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일단 현금성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고 있다. 금리 인상이 실행되고 증시와 상품시장에서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현금 보유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하면서 지난 주말 MMF 잔고는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규모인 57조원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여전하고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헤지펀드들이 추가로 국내 증시를 빠져나갈 수 있어 당분간 본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캐피털 그룹이나 템플턴 등 전통적인 장기 투자자들은 보유 종목의 지분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거래소 시가총액도 여전히 43%를 웃돌고 있다.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폭락장에서도 의연했던 이들 외국인 장기투자자들에게 달려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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