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리포트>유럽 검사들 금융범죄 대항 사법개혁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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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럽의 검사들이 국제적인 금융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범(汎)유럽 차원의 사법개혁을 촉구하고 나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등의 중견검사 7명이 사법부의 무기력을 개탄하며 천명한.제네바 호소'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최근 유럽 전역에서 호응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제네바 호소'는 한마디로 검사들에게 국제적 부정부패와 싸울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운동이다. 프랑스에서는 4백명의 현직검사가.제네바 호소'에 지지서명을 했고 유럽연합(EU)차원에서 사법협정을 체결하자고 촉구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검사들도 각각.제네바 호소'에 동조하는 결의를 했으며 벨기에.스페인 검사들도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검사들은 이 호소에서“유럽 안에 탈세와 돈세탁의 천국이 존재한다”며“금융비밀이라는 미명아래 범죄자들은 면책특권을 보장받고있다”며 현 제도의 맹점을 비판했다. 검사들은 이어“국경을 넘나드는 검은 돈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현실”이라며 각국 검사끼리 직접금융정보를 공유하는 사법공조체제의 창설을 주장했다. 현재 유럽의 국가간 사법공조제도는 각국 법무부와 외교부의 협조경로를 거친뒤 경찰청과 검찰청을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방해'를 할 수 있는 상태다. 따라서 마약밀매나 정치인의 검은 돈이 외국으로 빼돌려져 돈세탁되는 사례가 빈발하지만 국경과 정치인의 벽에 부닥쳐 주저앉아야 한다는 것이 검사들의 하소연이다. .제네바 호소'의 발기인중 한명인 프랑스의 르노 반륌베크(44)검사는“룩셈부르크의 은행계좌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보통 2~3년 걸린다”며 금융정보의 공유를 역설했다. 유럽의회는 5일 특별위원회에서 주동 검사를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고 오는 4월에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범유럽의 사법개혁 논의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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