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원자바오 vs 광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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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경제학자들을 불러 세계 경제 위기 현황과 중국의 거시경제정책을 주제로 토론을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백성들 고통 받는 모습만 보면
눈물 그렁이 된다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

그런 그가 숱한 중소기업이 무너진다는,
이른바 '다오비차오(倒閉潮)'가 일고 있다는
광둥성(廣東省)으로 날아가지 않았을리 없지요.

올해 벌써 두 번 광둥성을 다녀왔습니다.
첫번째는 7월19~20일,
두번째는 11월14~15일로 모두 1박2일 일정이었지요.

광둥성 둥관(東莞)의 완구상이 무너져
7000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등 심상치 않은 싯점을 맞아
주삼각(珠三角) 지역 중소기업의 사기를 돋우기 위한 행보였지요.

둥관과 선전, 포산(佛山) 등을 둘러 보고선 16자 지시도 내렸다고 합니다.
'出手要快 出拳要重 措施要準 工作要實'로서
'빨리 손을 쓰되, 정책은 강하게, 조치는 정확하게, 일은 내실있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광둥성 정부 관리들의 입장은 삐딱해 보입니다.

황화화(黃華華) 성장의 경우엔 TV에 나와
"도대체 주삼각 어디에서 중소기업 다오비차오가 있느냐"고 반문했지요.

그에 따르면 망한 회사는 한 200여개 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회사들이 광둥성에 진출하고 있다며
홍콩 언론들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오히려 언론을 비난했습니다.

오히려 광둥성이 이 참에 산업구조 조정을 하기 좋아졌다며
'새장을 들어 새를 바꾼다(騰籠換鳥)'는 정책에 따라 경쟁력 약한 기업을
몰아내고 경쟁력 강한 기업으로 광둥성을 채우겠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류환췐(劉煥泉) 광둥성 중소기업국장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문 닫는 중소기업은 경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니 마땅히 바꿔야 한다"는 논리죠.
그는 올들어 문닫은 중소기업이 640여개 정도 밖에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황화화 성장이나 류환췐 국장의 말이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헌데 문제는 사태를 보는 시각이 원 총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지요.
문제의 원인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면 자연히 내놓는 해법도 달라지겠지요.

경우에 따라선 중앙의 정책에 지방이 반기를 드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겠습니다.
이는 자연히 지금은 숙청된 천량위 상하이 당서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몇해 전 천량위는 성장 우선 정책을 주장하면서
분배를 강조한 원자바오 총리의 중앙정부에 대항해 책상까지 치며 언쟁을 마다 않았지요.

광둥성 지도부의 모습에서 천량위 모습을 떠올리면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어째 원자바오 총리와 광둥성 지도부의 불협화음이 그리 간단히 끝날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 총리의 총리로서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광둥성의 지도부가 깨지는 일이 생길 것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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