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띔! 문화 내비게이션] 다가서면 영화 … 멀어지면 추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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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접속Ⅱ, 영화필름·아크릴·레진, 110×35×90㎝, 2008 [사비나미술관 제공]

폐기된 영화 필름이 형형색색의 설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서 열리는 김범수(43)씨 개인전 ‘감성의 공간’입니다. 김씨는 영화 필름을 자르고 붙여 황홀한 이중 이미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영화 필름은 장면별로 저마다 빨갛고 파란 색깔이 있어 투명 아크릴판 위에 잘라붙이면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이 아크릴판을 벽에 약간 띄운 상태로 설치하면 전시장 흰 벽에 그림자가 집니다.

미술관 3개 층에는 초대형(450×310㎝) 필름 설치인 ‘히든 이모션’ 시리즈, 필름으로 하트 이미지를 만든 가로 세로 30㎝의 정사각형 조명박스 66개를 벽면에 설치한 ‘100가지의 사랑’ 등이 전시됩니다. 특히 지하 1층에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영화필름으로 색색의 모자이크 창을 만든 ‘형언할 수 없는(Beyond Description)’이 설치돼 있습니다.

홍익대 조소과 졸업 후 96년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남과 다른 것을 찾던 중 뉴욕의 벼룩시장에서 영화 필름을 발견한 게 10여 년에 걸친 필름 작업의 발단이 됐습니다.

그의 필름 설치는 기하학적 추상화를 닮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필름 속 영화의 장면장면도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이번 전시작에는 차태현·하지원 주연의 한국 영화 ‘바보’, 일본의 성인 영화 ‘감각의 제국’, 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연설이 담긴 ‘대한뉴스’ 등의 필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21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입장료 일반 2000원/ 02-736-4371

미술 담당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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