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에 진료실 부서져도 자리 지킨 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레지나 벤저민

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의 공공리더십 센터와 전 세계 대학 순위 발표로 유명한 시사잡지 ‘유에스 뉴스&월드 리포트’는 최근 올해 미국의 최고 리더 24인을 발표했다. 이들의 면모를 보면 그 의외성에 놀란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뒷전으로 밀렸고, 교육개혁가·의사·과학자·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묵묵히 일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대거 포함됐다.

마이크 페인버그와 데이브 레빈은 ‘지식은 힘’이라는 교육개혁 프로그램의 창시자다. 이들은 미국 19개 주와 워싱턴에서 저소득층 소수계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차터 스쿨)를 운영하며 교육의 질을 크게 높였다.


애틀랜타주 시골 도시 베이유 라 바트레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의사 레지나 벤저민은 18년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지킴이였다. 주민 2315명의 40%가 의료보험이 없는 이곳에서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개혁해 대도시 못지않은 쾌적한 의료환경을 만들어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와 조지(1998년)로 진료실이 파괴되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그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볼티모어 카운티 소재 메릴랜드 대학의 프리맨 히라보스키 총장은 1992년 취임 이후 이름도 없던 작은 단과 대학을 미국 내 수학과 과학 연구의 메카로 만들었다. 그가 불우한 흑인 이공계 학생들을 위해 시작한 메이어호프 장학프로그램은 미국 내 고등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미식 축구팀 대신 체스팀 육성에 힘쓸 정도로 이공계에 집중 투자한 그의 노력 덕분이었다. 기업 CEO로는 2010년까지 생산제품의 절반을 건강식품으로 채우겠다고 선언한 인드라 누이 펩시회장 등이 뽑혔다. 이 밖에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여성 과학자 피오나 해리슨과 마리아 주버, 많은 젊은 청중에게 클래식 음악 세계를 소개한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이 올해의 최고 리더에 선정됐다. 선정작업에 참여한 하버드 대학 팀은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된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준 사람들이 최고의 리더”라 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