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에 핵폐기물 조사 요청-정부,북한반입계획 유려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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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상대로 본격적인 로비에 나섰다.이승곤(李承坤)주오스트리아대사는 4일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을 만나 북한의 핵폐기물 관리능력에 관한 IAEA차원의 직접 조사를 요청했다.대만 핵폐기물 북한 이전 문제와 관련,국제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열쇠를 IAEA가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IAEA는 신중한 입장이다.과연.이 문제가 IAEA가개입할 수 있는 사안인지 잘모르겠다'는 식이다.블릭스 총장도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그래서 정부는 곤혹스럽다.IAEA의 조심스런 태도는 무엇보다 저준위 핵 폐기물의 국경간 이동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데 기인한다. 90년 9월 IAEA 총회는.방사능 폐기물의 국제적 월경(越境)이동에 관한 실행규칙'을 결의해 530호로 채택했다..관리.저장 목적으로 핵폐기물을 반입할 경우 이에 필요한 행정적.기술적 능력과 규칙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이 능력과 체계는 국제안전기준에 부합돼야 한다'(7조)는 것과.핵폐기물의 국경간 이동시 관련국(반출.반입.경유국)의 사전동의를 거쳐야 한다'(5조)는게 골자다. 하지만 이 규칙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더구나 대만과 북한은 IAEA 회원국도 아니다. IAEA로서는 이 문제를 정치문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IAEA 사무국이 개입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정부는 IAEA가 북한의 핵폐기물 관리.저장 능력에 대해 일종의.유권해석'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IAEA가 북한의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반대여론을 동원하기가 훨씬 유리하다고 보 는 것이다.미국은 이미 우리 정부에 우선 IAEA측 의견을 물어보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령 IAEA가 이 문제에 발벗고 나선다 하더라도 북한의 태도가 현실적 장애로 대두될 수 있다.북한의 핵폐기물 관리능력을정확히 판정하기 위해서는 IAEA기술진의 방북(訪北)조사가 불가피하다.과거 핵사찰 과정에서 북한이 IAEA측 에 제공한 정보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응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이래저래 정부는 딱한 입장이다. <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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