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닷컴 붕괴·서브프라임 … 범인은☞ ‘탐욕의 버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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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패닉 이후
마이클 루이스 편저, 이규장 외 옮김
21세기 북스, 520쪽, 1만8000원

지난 100년간 미국은 경제위기를 7번 겪었다. 1910년대 말 농경대출위기와 20년대 말 대공황을 거쳐 87년 블랙먼데이, 2001년 닷컴붕괴, 그리고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다. 이 책은 이 중에서 최근의 세 가지 위기를 끄집어냈다. 여기에 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추가해 네 가지 위기를 조명했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짐작했을 것 같다.

이 책의 결론이 “경제위기는 반복된다”는 것을. 그 원인이 인간의 탐욕 본성과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인간이 망각과 무지의 동물이 아니라면 위기가 이렇게 반복되지 않는다. 과거에서 완벽히 배운다면 다시 또 위기를 맞을 리 없다. 거기에 탐욕과 미망이 결부되면서 위기의 강도는 갈수록 세진다.

미국의 부동산 버블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0년대 이후만 따져도 세 번 있었다. 당연히 버블의 붕괴도 세 번인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이 책은 이번 부동산 버블도 초기에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02년 미 법무부는 주택 투기꾼들이 주택 감정평가사와 짜고 사기행각을 벌이는 걸 적발했다고 한다. 감정가를 부풀리게 한 후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산 후 되팔았다. 이처럼 모기지 시장은 진작부터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고 이를 미 정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오히려 금리를 더 인하해 부동산 버블을 더 부추겼다. 2004년 후반에도 모기지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 대책은 3년이 지난 작년에서야 비로소 수립됐다.


이 책은 정부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버블의 범인이라 지적한다. 사람들은 “집을 사고는 재빠르게 팔 생각으로 베팅”을 했고, 은행은 “이들이 손만 까딱하면 돈을 빌려줬다”. 모 기지 대부업체는 사람들이 현재의 이득을 과대평가하는 심리를 악용해 “처음에는 낮은 이자를 내고 나중에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을 개발해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돈을 빌려줬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주택 가격의 하락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부추겼다. 부동산업자들은 부동산으로 부자되는 비법이 있다고 현혹시켰으며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CEO는 회사가 망해가는 순간에도 골프와 노름을 즐겼다.

버블이 있으면 붕괴가 있다는 건 지난 역사가 입증하는데 모두다 이번만은 아니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결과는 늘 경제위기와 패닉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닷컴 버블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물여섯 살짜리들이 만든, 밑지는 회사들이 결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인터넷에 홀려 경고를 무시했다.

인간은 또 버블이 붕괴할 때마다 세상은 변화할 것이라고 반성한다.

블랙먼데이가 일어났을 때는 자본주의 종말론과 여피족의 소멸론이 득세했고, 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란 헷지펀드가 도산했을 때는 헷지펀드 비난론이 쏟아졌다.

그러나 헷지펀드는 그 후 더 번창했고 자본주의는 오히려 카지노 자본주의로 변했다. 반성은 절대로 오래가지 않으며 인간의 속성상 세상은 더욱 한탕주의로 될 것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위기가 왜 반복되는지를 알려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책 제목은 맘에 들지 않는다. 독자들이 이번 경제위기의 이후에 관한 전망이라고 잘못 생각할 수 있어서다. 앞서 세 번의 위기에 대한 ‘이후’는 있지만 그것도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주로 설명한 책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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